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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판 매카시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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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판 매카시즘" 우려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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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부친 친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친일판 매카시즘이 횡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친일 행적에 대한 구체적 근거도 없이 일제시대 말단 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 모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당이 핵심 개혁과제로 추진중인 과거사 청산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하지 않은 여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우리당 이미경 의원이 24일 부친이 일제시대 헌병으로 복무했다는 사실을 고백하자 이 의원의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 게시판 등에서는 "기득권층은 모두 쪽바리의 후예들", "친일 자녀당은 물러가라"는 비난 글이 줄을 이었다. 이 의원 부친의 행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막무가내로 친일파로 규정하고, 이 의원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연좌제적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부친이 일제시대 면장을 지냈다는 A의원, 부친이 일본유학을 다녀오고 부면장을 지냈다는 B의원, 부친이 훈도(교사)를 지냈다는 C의원 등 추가 의혹제기도 난무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일제 헌병의 경우 1944년 강제 징집이 이뤄지기 전까지 지원 형식을 띄긴 했지만, 193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사실상 강제로 징집했다는 게 정설이다. 한신대 국사학과 안병우 교수는 "헌병 근무가 문제가 아니라 헌병이 된 뒤의 행위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 부친의 경우도 비슷하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정 장관의 부친이 일제 말기 전북 순창에서 금융조합 서기를 지냈다는 사실만으로 '일제 식량 수탈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연구실장은 "'서기'는 말단직인데 그렇게 따지면 일제시대에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친일파가 되는 격"이라며 "이전투구식 폭로로 변질되면 과거청산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환멸감만 쌓일텐데, 이를 노린 악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혹감 속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우리당에선 "어디선가 이런 일을 밀고 나오는 곳이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부영)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파 후손들은 3대가 떵떵거리고 산다","친일청산이 제대로 안 돼 사회 지도층이 병역을 기피하고 세금도 안내고 있다"며 쓸데 없이 특정 세력에 대한 노골적 적의(敵意)를 드러냈던 여권의 태도가 이 같은 반작용을 불렀다는 시각 역시 엄존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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