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이구먼.”새로 단장한 국회 기자실을 둘러본 박희태 국회부의장의 소감이다. 기자들이 비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모양새 때문이다.국회가 한달간 2억 8,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236평 규모의 기자실을 리모델링 했지만, 기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책상과 의자를 둘 공간을 합해 1인당 사용공간이 0.5평이 안 되고, TV와 전화 소음, 수십 명의 말소리가 뒤섞여 울리는 통에 “기자 수용소냐 독서실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자연히 경쟁사끼리 취재의 보안이 지켜질 리가 없다. 더욱이 23일 재오픈 한 뒤 몇 건의 도난사고마저 발생해 뒤숭숭하다. 게다가 ‘벌집’ 치곤 너무 비싸다는 원성이다. 비좁으나마 지정석을 사용하려면 기자 1명이 한 달에 5만원을 내야 한다. 1평당 월 임대료가 10만원인 셈. 국회는 언론사들로부터 1년치 사용료 1억 3,000여 만원을 미리 걷었다.
국회 측은 “이 돈을 모두 기자단에 맡겨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개ㆍ보수비 등은 앞으로도 국회가 부담할 것”이라고 한다. 애초부터 기자실 사용료를 받을 필요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1년에 수백만원을 낼 수 있는 주요 언론사들만 개별 부스를 차지했다. 비용 부담 능력이 없는 일부 언론사들은 2만원짜리 지하 기자실로 밀려났다.
국회 직원들도 “사용료를 걷은 뒤론 기자들의 요구사항은 무조건 들어 줘야 하는 족쇄를 찬 꼴”이라고 푸념한다. 실제로 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25일 각 부스마다 평면 TV 한대 씩이 설치됐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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