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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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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서실장

입력
200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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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를 때 백악관의 참모진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소수 참모진이었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들을 데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이후 1960년 대까지도 백악관 참모진은 250명 선이었다고 한다. 1970년대닉슨 행정부에 이르러서는 575명까지 늘었다가 오늘날에는 대체로 400명 선을 유지하는 추세이다. 일반 기능직까지 망라한 총 직원은 1,000여 명이다.

■ 헤리티지 재단이 발간한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에 따르면 백악관조직이 이렇게 커지는 것은 일반 행정 부처와 정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일들이 대통령 참모진의 영역으로 계속 흡수돼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전략과 구상을 밀고 가기 위한 시스템과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하면서 ‘진화’한 결과이다. 대통령 주변이 거대하고 복잡해 질수록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책은 비서실장이 될 수 밖에 없다.

클린턴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명성을 남겼던 레온 파네타는 “백악관 참모들 중 놀고 먹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일”까지도 비서실장의 역할로 꼽았다.

■ 파네타는 실장 재직 시 매일 오전 7시 30분 핵심 참모 15명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는데, 주요 결정들의 상당 부분은 여기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경제 보좌관으로 이를 잘 알던 로버트 루빈은 재무 장관으로 임명되자 이 회의에 계속 참석해도 되겠느냐고 희망했을 정도다. 백악관 밖으로나가는 장관이지만 비서실의 아침 회의가 갖는 영향력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대통령에 대한 상시 근접성, 즉 권력의 힘을 말한다.

■ 이쯤 되면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가장 믿을만한 ‘한 명의 참모’인 셈이다.이런 비서실장의 권한은 막강해 지기 마련이지만 “비서실장은 윤활유나 중립적인 중개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건 미국에서도 통용되는바람직한 상(象)이다.

우리 청와대에는 행정관급 이상 250여 명의 참모진이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 ‘실세 총리’가 일상 국정을 맡고 있어 미국과는 다르지만 대통령에‘상시근접’하는 청와대 비서실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하다.

취임 6개월 된 김우식 실장이 “시중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내역할”이라고 했다고 하니 드는 생각이다.

조재용 논설위원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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