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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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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여행취재를 다니다 보면 늘 만나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전봇대입니다. 전남의 강진평야에 섰을 때 사진기속으로 먼저 들어온 것은 드넓게 펼쳐지는 황금벌판이 아니라 전봇대였습니다.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김제평야에서도 나락의 수 만큼이나 많이 들어선 전봇대들이 지평선을 잘랐습니다. 오지중의 오지마을로 알려진 강원 강릉시의 부연동마을에서도 마을 전경을 담으려고 들이댄 사진기의 시야를 막는 것은 바로 전봇대와 전선줄이었습니다. 울릉도의 마지막 비경으로 알려진 내수전에서 바라본 바다도 전선줄에 가려 제 맛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간월암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간월암에 처음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것은 절도 바위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절 입구에 버티고 선 전봇대 하나였습니다. 그 전봇대는 결코 관광객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전봇대는 절묘하게 모습을 나타냅니다.

너무도 멋없이 들어선 전봇대를 시야에서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과 몇 미터만 옆으로 세웠어도 그렇게 흉측한 모습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간월암의 미관이 전봇대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봇대를 세우는 사람은 분명 나름대로의 이유를 내밀 것입니다.

아무리 오지에 사는 사람도 전력의 혜택을 입어야 하기에 전봇대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전봇대를 지하로 매설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돈이 들어 이 역시 힘들다구요. 결론적으로 약간의 미관을 해치는 전봇대는 관광객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이죠.

대한민국은 21세기 관광대국을 지향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고, 수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문제조차 해결하지 않은 채 외국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 지 의문입니다.

“스위스가 아름다운 것은 전봇대가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동료 사진기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납니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여행취재를 다니다 보면 금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간월암 취재에서 더욱 이 말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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