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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 객관성 잃은 '과거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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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 객관성 잃은 '과거사 보도'

입력
200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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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보도가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방안을 둘러싼 여야와 각각의 입장을 지지하는 언론보도가 ‘국론분열’에대한 우려를 낳을 정도로 심화했다.친일행위를 합법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지난 3월. 일부 의원의 반대로 무산위기를 맞았으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한나라당의 자유투표 결과 통과됐다. 7월말 노무현 대통령은 친일과 유신 등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 진상규명 필요성을 제기했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회에 ‘과거사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그러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가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친북과 용공도 조사할 것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의 의장은 부친이 일제말기헌병 오장(伍長)으로 근무한 전력이 언론에 폭로되자, 사퇴했다.

일부 언론은 양쪽으로 나뉘어 논조를 전개했다. 민주화 이후 창간된 신문이 ‘친일 잔재와 과거 권력의 불법행위를 청산하는 것은 민족과 민주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임이 분명하다’(한겨레신문 8월 15일자)고 적극지지했다. 반면에 일제시대 창간된 일부 과점신문은 ‘역사의 묘를 파헤치는 푸닥거리’(조선일보 8월 17일자) 또는 ‘경제 살리기 등 시급한 국가현안이 실종된다’(동아일보 8월 19일자)며 강하게 반대했다.

과거사 관련 언론보도를 보면 주관적 보도,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 이중적 기준 등이 두드러진다. 먼저, 일제하 창간된 신문은 과거사 규명으로 해당 신문이 조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창간된 신문은 ‘반민족· 반민주 행위로 점철된 역사를 우선 살펴보는 것이 그 취지에 걸맞음은 물론이다’(한겨레신문 8월 20일자)며 조사자의 입장에 섰다. 언론이 특정 주체의 입장에 섰기 때문에 색깔은 뚜렷했지만, 객관성은 부족했다.

이처럼 특정 시각을 강하게 드러낸 신문에서 집단적 사고시스템이 작용했다. 편집국 내 다수의 논조에 편승했고, 소수적 시각은 침묵했다. 해당 신문의 사설과 보도가 과거사 규명에 대한 부정편향적 또는 긍정편향적 시각으로 편집됐다. 외부 필자의 칼럼과 독자투고 역시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정보와 의견의 획일성을 초래하는 집단적 사고는 언론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오류(誤謬) 발견을 지체시키는 치명적 요소이다.

그리고, 고구려사와 일제하 과거사에 대한 접근기준이 다르게 적용됐다. 과점신문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질책하면서도 일제하 과거사 규명은 불필요한 일로 치부됐다. 평소 일제하 민족운동에 참여했던 역사를 자랑스럽게 내세웠지만, 감추고 싶은 흔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이중적 기준은 신문사의 이익이 사실과 진실에 앞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진로/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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