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도 해냈다. 이제는 복싱이다. 태극 복서들이 88서울올림픽 이후 16년동안 끊겼던 한국 복싱의 금맥을 잇겠다며 글러브를 바짝 죄고 있다.80년대까지 한국복싱은 올림픽의 메달 창고. 1948년 런던올림픽서 한수안의 첫 동메달을 시작으로 84년 신준섭, 88년 김광선 박시헌의 금메달을 비롯해 금3, 은5, 동5을 따내면서 한국 복싱은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한국복싱은 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2개와 96년 애틀란타 은메달 1개로 겨우 명맥을 잇다 결국 2000년 시드니에서는 ‘노 메달’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대접도 달라졌다. 전용 훈련시설도 없어진 채 레슬링훈련장 지하 ‘골방’으로 쫓겨났다. 주요 관리종목에서 빠진 지는 이미 오래. 이런 홀대가 선수들을 자극했다.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오직 실력으로 말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한국복싱을 지탱했던 ‘헝그리 정신’이 다시 일기 시작했고 ‘악과 깡’이 아테네에서 한국복싱 선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24일(한국시각) 57급㎏의 조석환(25ㆍ국군체육부대)이 8강전에서 콜롬비아의 비오렐 시미언을 접전 끝에 39-35대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69㎏급 김정주(23ㆍ원주시청)도 4강에 올라 한국복싱은 벌써 2개의 동메달을 예약한 상태. 여기에 48㎏급 홍무원(23ㆍ국군체육부대)과 60㎏급 백종섭(24ㆍ대천복싱체육관)도 8강전에 올라 메달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조석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석환은 28일 준결승에서 티티첸코(러시아)와 만난다. 8강전서 세계챔피언 갈리브 자파로프(카자흐스탄)를 꺾었을 만큼 파워가 있어 장기인 빠른 발을 이용한 역습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승산이 있다. 조석환이 결승에 오를 경우 올림픽 복싱 사상 첫 남북대결도 예상된다. 다만 4강에 오른 북한의 김성국(20)이 현 유럽챔피언인 타이베르트(독일)과의 힘겨운 싸움을 견뎌 내야 한다. 같은 날 쿠바의 강호 로렌조 아라곤 아르멘티스와 결승 진출을 다투는 김정주는 “8강전 때보다 부담이 덜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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