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장관이 ‘3군의 균형 발전’을 국방 개혁 과제로 선언했다. 신선한 충격이며 환영할 일이다. 육ㆍ해ㆍ공군 균형 발전 문제는 국가적 과제다. 해군과 공군은 늘 인력 부족을 감수하며 지내 왔다.뜻있는 이들이 우국충정으로 군의 불균형과 모순을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북한 지상군의 양적 우세를 명분으로 조직과 편제를 육군 위주로 확대해 갔다. 군 정책결정체가 거의 육군으로 구성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세계 역사상 군 발전은 육군으로부터 시작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때‘육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알렉산더 대왕, 칭기즈칸, 나폴레옹 때까지 그랬다.
선박을 전쟁에 이용하면서 일찍이 해군이 독립했다. 알프레드 마한이 ‘해양세력이 역사에 미친 영향’에서 증명했듯이 한동안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20세기 항공기의 출현으로 모든 전쟁에서 항공력이 전승에 결정적 역할을하자 항공사상가들이 공군의 독립을 주장했다. 미국 공군의 아버지 빌리 미첼의 역할도 컸다. 2차 세계대전 후 거의 모든 나라가 공군을 독립시켰고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렇게 나라마다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육ㆍ해ㆍ공군이 탄생했고 3군이 균형적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군은 대한민국 건국과 동시에 육ㆍ해ㆍ공군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6ㆍ25와 5ㆍ16을 거치면서 육군 편향으로 육성되어 왔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안보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5ㆍ16의 주역이 육군이었고 육군 출신 3명이 대통령이 됐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이제 각국은 항공우주력 위주의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역사의 흐름이며 시대의 요청이다. 이제 한국군도 군 구조를 병력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바꾸어야 한다.지금같이 편향된 조직과 의사결정체로써는 선진 합동군으로 발전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해ㆍ공군 구성비율이 20% 이하인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만 10% 이하이다. ‘협력적 자주국방’ 차원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이고 모순이다.
미국은 럼스펠드 독트린에 의거해 군의 전통적 편제와 조직의 개혁을 혁명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종전의 군사령부-군단-사단-여단의 육군 편제를 UEy-UEx-UA의 3단계로 전면 개편 중이다. 이 개념은 주한미군 감축ㆍ재배치와도 유관하다.
한때 우리 군도 3군 구성비 모순을 해결하고자 ‘8ㆍ18 계획’을 수립하고 국방부, 합참의 고위 보직 구성 비율을 육ㆍ해ㆍ공군 2:1:1 개념으로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해ㆍ공군의 장성은 물론 영관장교 수가 부족해 이 계획을 발전시킬 수 없었다.
해ㆍ공군 고급 장교 수와 보직을 확충해야 한다. 하루 속히 3군 합의로 진급 인사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100만이 넘는 북한군과 정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전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쟁 억제와 전승을 위한 전략적 힘의 투사력 확보 및 통합전력발휘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해ㆍ공군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다.
해ㆍ공군력 증강에는 고가의 함정과 항공기 구입에 필요한 국방예산 획득의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선 가능한 해ㆍ공군의 부족한 인력부터 조정해야 한다.
이러한 혁명적 개혁에는 많은 어려움과 저항이 따르겠지만 윤 장관의 초지일관과 과감한 개혁을 촉구한다. 이럴 때 군은 소아적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백의종군할때이다.
완벽한 국방안보를 위해서는 3군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국적 군사전략전술을 확립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인 ‘3군 균형 발전’을 위해 육ㆍ해ㆍ공군의 대승적 합의와 정부의 지원,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간절히 기대한다.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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