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제군들. 나는 소설가 이순원이다. 많은 독자들이 보는 글을이렇게 시작하면 안 된다. 그건 독자 모독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그렇게불러보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친애하는 제군들.이 ‘친애하는 제군들’은 35년 전 내가 중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우리학교 교장 선생님이 즐겨 쓰던 말이다. 월요일 조회시간마다 운동장이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우리를 그렇게 불렀다. 학생 여러분이라든가, 우리학교 학생 여러분, 하고 부르지 않고 꼭 ‘나의 친애하는 제군들’이라고 불렀다.
별명도 당연히 ‘친애하는 제군들’이었다. 나는 그 말이 너무도 멋있게 들려서 나도 어른이 되면, 내가 선생님이 되지 않더라도 어디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꼭 저렇게 불러야지 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둘밖에 없다. 그나마 ‘친애하는 제군’ 하나는 군에 가서 부를 수가 없고, 집에 하나 남아 있는, 말이라고는 죽어도 안 듣는 원수같은 작은 아들만 데리고 아침저녁으로 ‘어이, 친애하는 아들, 일어나.’‘친애하는 작은 아들, 이제 그만 자야지’하고 부른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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