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구의 대명사인 중앙정보국(CIA)을 해체, 3개의 별도 기구로 분리하고 대신 신설되는 국가정보국장이 분리된 CIA와 국방부 소속 국가정보국(NSA) 등을 총괄토록 하는 정보기구 개편안이 제시돼 미 정가가 술렁이고있다.미 상원 정보위원장 팻 로버츠(공화ㆍ캔자스) 상원의원은 22일 CBS 방송의‘국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는 정보기관의 운명에 초점을맞추지 않고 우리 안보 위협이라는 현실 속에서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특히 상원 상임위원장의 입김이 막강한 미국의 현실에서 학자나 일반 의원이 아닌 정보위원장의 구상은 향후 정보기구 개편 논의에서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로버츠 위원장의 개편안에 따르면 CIA의 핵심 파트인 작전국(정보수집) 정보국(정보분석) 과학기술국은 각각 별도기구로 분리돼 국가정보국장의 지휘를 받는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CIA 국장직은 없어져 CIA는 사실상 해체되고, 기존 CIA 명령체계는 각 국이 국가정보국장으로 직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로버츠 위원장은 또 전자감청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보국(NSA)과 위성정보를 분석하는 국가지리정보국(NGA) 등 국방부 산하 정보기구들도 CIA처럼 핵심 부서를 분리, 국가정보국장 직할 부서로 편입하는 구상을제시했다.
다만 군의 정보 수집이라는 NSA와 NGA의 업무 특성상 이들 기구를 책임지는 특별 보좌관 또는 군 정보국장을 국가정보국장 밑에 신설, 군 정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특히 로버츠 위원장은 국가정보국장이 이들 정보기구 외에도 재무부 에너지부 국토안보부 등의 정보관련 업무를 관장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국가정보국장이 정보총책에 걸맞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제시된 ‘로버츠 안’은 9ㆍ11 위원회가 제시한 정보개편안에 부합하면서도 지금까지 언급된 어떤 개편안보다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로버츠 안’은 ‘기존 정보기구들을 그대로 둔 채 예산권과 인사권을 보유하지 못하는 국가정보국장을 신설한다’는 입장을 제시해 정보기구 개편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로버츠 안’이 공개되자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안보 보좌관 랜드 비어스는 “로버츠 위원장의 구상은 케리 후보의 제의와비슷하다”며 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로버츠안’은 민주당측과 백악관의 의견을 거치지 않은 설익은 구상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로버츠 위원장은 아직 민주당과 백악관의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인정했고, 정보위 소속 의원들도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한 일방적 안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