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부진으로 기업대출 가운데 시설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환란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23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산업별 대출금 동향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전체 산업대출금 가운데 시설자금대출은 약 20.1%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말(20.4%)보다 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외환위기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은행에서 시설투자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투자의지가 있는 기업 역시 은행 돈 보다는 쌓아둔 현금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추세다.
은행 대출구조 자체가 이젠 기업 보다는 가계 중심으로 바뀌는 양상이다.전체 대출금 가운데 산업대출은 1998년 말 75.9%에 달했으나 2000년 말 68.1%, 작년 말 52.9%로 낮아진 데 이어 올 6월말엔 52.7%까지 떨어졌다. 반면 가계대출은 98년 말 24.1%에서 지난해 말에는 47.1%, 금년 상반기 말에는 47.3%까지 상승했다. 머지 않아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을 앞지르게 될것으로 보인다.
한편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건설업 대출과 소호 대출은 금년 상반기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했다. 작년 상반기 건설업 대출은 무려 20.6%나 늘어났으나, 부동산 경기하강 여파로 금년 상반기엔 증가세가 1.8%로 확연히 꺾였다. 소호 업종인 숙박·음식업 대출 역시 부실증가로 은행들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작년 상반기 16.9%에서 올 상반기엔 4.3%로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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