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000년부터 7차 교육과정을 단계 도입하면서 교원 수급계획을 잘못 세우는 바람에 임용교원 연령 제한이 완화되거나 명예퇴직 교사가 다시 임용되는 등 각종 '땜질식 처방'이 양산된 것으로 드러났다.이 같은 사실은 교육부가 23일 발간한 '제7차 교육과정 백서'에서 밝혀졌다. 백서는 교육부의 의뢰로 허경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본부장과 홍후조 고려대 교수 등 전문가 7명이 공동 집필했다.
백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7차 교육과정 시행 첫해인 2000년 '연차별 초등교원 수급계획'을 마련, 초등교사가 2001년 4,093명, 2002년 4,523명, 2003년 4,793명, 2004년 5,193명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교육부는 이 계획에 따라 시·도교육청에 임용 지침을 내리는 등 교원 수급의 '바이블'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 전망에는 명퇴자 증가와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초등교사 수요 증가 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결국 교사 부족현상이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임용교원 연령 제한 대폭 완화, 명퇴 교사 재임용, 교대 입학정원 확대, 교대 편입 확대 등 임시 대책을 쏟아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교사가 부족하자 교육부는 2001년 5,698명, 2002년 7,429명 등 당초 계획을 훨씬 초과해 초등교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등교사 수급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교육부는 2001년 4,837명, 2002년 5,337명, 2003년 5,457명, 2004년 5,739명 등으로 추정했지만 나중에는 교사가 부족했다. 이에 따라 중등교사 역시 2002년 8,623명, 2003년 6,393명 등 계획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뽑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수급 관련 부서에서 고교 이수단위 증가,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특별활동 영역 확대 등 증원이 필요한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백서는 또 7차 교육과정 수준별 및 선택중심 교육에 따른 이동수업 등으로 교실 수요가 급격히 늘었으나 제대로 증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는 모두 4,943개교에 5,808개의 교실 증축이 필요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2,691개는 예산부족 등으로 증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여기에다 중·고교도 각각 3,874개와 5,543개 교실의 증축이 어려워 7차 교육과정 정착을 위해서는 총 1만2,108개 교실을 지을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백서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백서는 "7차 교육과정은 적용과정에서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심각한 갈등과 저항을 경험했으며, 이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라는 정치기구, 특히 철학 전공자들의 아마추어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아이디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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