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대로 미련없이 싸우겠습니다.”한국 레슬링의 기대주 김인섭(그레코로만형 66㎏)은 결전을 앞둔 23일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후 계체량을 통과, 모든 준비를 끝낸 그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적입니다. 몸을 굳게 만들어요. 컨디션이 좋은 만큼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만 집중하겠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95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아온그는 아시안 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를 제패했지만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기량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는 은메달에 그쳤다. 예선에서 재경기를 2번이나 해야 했고, 손가락과 왼쪽 늑골인대를 잇따라 다치는불운을 겪었기 때문이다.
좌절을 딛고 그는 다시 시작했다. 나이도 있고 감량에 대한 부담도 있어 58kg에서 66kg으로 체급을 올렸다. 그리고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승,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체급 상승으로 경쟁자들에 비해 근력이 달리는데다, 많은 국제대회 출전으로 옆 굴리기 등 주특기가 노출된 것이 약점으로 드러났다.
생애 마지막에 될 아테네 올림픽 무대. 김인섭은 올 초부터 15년 레슬링 인생을 화려한 게 마무리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오래달리기 등을 통해 힘을 길렀다.
또 기존 기술들을 과감히 버리고 신기술을 익히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이번 올림픽에 나오지 못한 중량급(84㎏)의 동생(정섭)이 늘 연습 파트너로그를 도왔다.
김인섭은 지난달 28일 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첫 아들을 얻었다. 연습때문에 출산한 아내도,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서 달려가 아들의 고사리 손에 금메달을 쥐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이 순간을 위해 4년을 기다려 왔습니다.시드니에선 울면서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웃으면서 가겠습니다.” 그는 25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각) 첫 경기를 갖는다.
아테네=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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