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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실업과 겉도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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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실업과 겉도는 교육

입력
200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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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실업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19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노동수요측면에서 기업의 일자리 감소와 경력직 채용 선호, 노동공급측면에서 대학진학률 증가에 따른 고학력화와 높은 기대수준 그리고 청년층의 가족 의존성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8월 2일자 본 칼럼에서 필자는 이러한 원인들이 청년실업을 낳는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빈약한 교육ㆍ훈련체계의 문제를 강조했다.교육ㆍ훈련이라 함은 청소년들이 직장을 잡기 전에 직업이나 생계와 관련된 직ㆍ간접 경험이나 태도 및 인식, 관련된 숙련 등을 습득하는 다양한 경로를 말한다. 우리의 가족제도 하에서 자녀의 대학교육 그리고 여유가 있는 경우 대학원교육까지 부모가 책임을 진다. 이러한 제도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청소년시절에 취업의 중요성과 보람 및 돈벌기의 어려움 그리고 합리적 소비습관 등을 터득하지 못하게 한다. 구미 선진국들의 경우 여유 있는 가정에서조차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대학이나 대학원 교육비용은 스스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현실적인 직업이나 소비교육을 시키고 있다.

우리의 학교교육도 청년실업과 관련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실질적 취업과 연결된 실업교육이 크게 위축되고 대학을 가기 위한 인문교육이 팽창하고 있다. 경제구조 변화, 즉 서비스업의 확대나 제조업의 첨단화 등과 부합하고 생산현장에 적응하도록 돕는 직업교육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붕괴직전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이 내실화되어 확대되어야 하고 성적부진 학생들이 이 교육을 택한다는 사회적 인식이나 선발방식도 크게 변화되어야 한다.

대졸 사원이 필요한 일자리는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해서 기대수준만 높아져 현재 일자리에 만족 못하는 대졸실업을 낳는다. 더욱이 대학 교육내용을 보면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청소년들이 취업의 다양한 경로나 현실을 이해하거나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또한 건전한 직업에 대한 태도나 인식 및 숙련의 형성을 소홀히 해서 직업세계에 잘 적응하게 돕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이공계 대학의 경우 기업들로부터 생산현장 적응력이 부족한 인력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대학진학률은 경제현실에 맞게 크게 하향 조정되어야 하고 산학협력이 활성화되고 산업계 인력수요에 부합하는 학제의 개편도 시도되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직업ㆍ훈련제도를 가진 독일의 경우 우리의 실업계 고교에 해당하는 2년 6개월 과정의 이중도제훈련(Dual apprenticeship training)제도와 대학교육이 독특한 특성을 보이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10대 후반 청소년의 3분의2 정도가 이 도제훈련에 참여하여 일주일에 4일은 학교교실의 이론교육을, 1일은 기업 현장실습을 받고 있다. 현장실습에서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적응하는 인내심, 동료근로자와의 대화나 협동의식, 효율적인 작업의 조직, 맡은 일을 꼼꼼히 마무리하는 태도, 직무와 관련된 실질적인 숙련 등을 배운다.최근 정보산업 등의 성장에 따라 이 분야에 맞는 도제훈련이 확대되고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 교육도 기업현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독일의 교육과정이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독일 청소년들이 취업현장 적응력이 높고, 독일제품이 품질이나 성능 등에 비교우위를 가진 고부가가치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 배경이다.

이제 우리도 경제현실에 맞고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를 줄이는 실질적인 내용의 교육개혁이 논의될 때이다. 위와 같은 내용의 교육개혁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어린 청소년들이 지옥같이 느끼는 많은 양의 암기식의 교육을 개선하게 한다. 그 대신 이들이 연령에 맞게 기억될 인생경험이나 체력양성에 힘쓰게 하는 효과도 낳는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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