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가조작 세력이 검찰에 처음으로 적발됐다. 선물업계에서는 관행화된 투자기법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은 지속적인 단속 방침을 밝혀 향후 재판과정과 추가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국민수 부장검사)는 22일 국채선물에 대한 허수주문으로 선물시세를 조작해 2억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선물거래법 위반)로 신모(36)씨 등 J투신운용 펀드매니저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 투자운용사를 벌금 2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2002년 6∼9월 국채선물 2002년 9월물(KTB209) 종목에 대해 총액수 수조원이 넘는 수만건의 허수주문을 내 시세를 조종, 2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일단 낮은 값에 국채선물 매수주문을 내놓은 뒤 단시간에 걸쳐 엄청난 물량의 허위 매도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는 수법으로 시장에 공급자가 많은 것처럼 위장, 해당 국채선물 값이 자신들이 당초 주문한 가격까지 떨어져 주문이 체결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함께 두개 이상의 선물계좌를 혼자 관리하며 매매를 주고받는 수법의 통정거래를 통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거나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전 S투신운용 펀드매니저 김모(39)씨와 전 H투신운용 펀드매니저 고모(39)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부인 명의로 개설해 놓은 계좌를 통해 회사 선물계좌와 통정매매를 실시, 9,800만원의 이득을 챙기는 대신 회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쳤고, 고씨는 회사계좌 사이의 통정매매로 시세를 조종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물거래는 현물거래와 달리 한쪽에서 이익을 보면 다른 쪽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sum)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손실을 다른 사람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며 "앞으로 이러한 시세조작을 꾸준히 단속해 선물시장의 왜곡된 거래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행화된 기법" 반발
그러나 선물업계에서는 "검찰이 적발한 거래는 선물업계에서는 일종의 관행인 데다 개인유용이 아닌 펀드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어서 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은 무리"라고 반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 선물거래
채권 등의 미래가치를 예측, 사전에 매매계약을 하는 것. 선물거래는 1999년 4월 부산에 선물거래소가 첫 개설된 후 거래량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허수거래 등 시세조작 문제가 자주 제기됐지만 전문가들의 활동 무대여서 현물시장과는 달리 법적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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