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과거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과도한 업무량이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으나, 최근 스트레스는 직업의 안정성이나 장래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로 긴장감, 불안감, 우울증 등 정신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게 특징이다.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상사나 부하사원과의 갈등이나 업무 과중에서 오는 직무 스트레스는 주로 ‘분노’증세를 나타내는 반면, 최근 직장인들은‘회사가 장기불황 속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나는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언제 사표를 써야 하나’같은, 미래에대한 불투명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쟁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사람, 시간압박감이 심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심하게 나타내고 있다. 우 교수는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일중독자 일수록, 어느날 갑자기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졌을 때 누구보다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서 “이를‘탈진증후군’(Burn out syndrome)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탈진증후군에 빠지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무기력해지고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직장은 노력하면 승진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곳이 되어야 한다”면서 “노력해도 자기발전의 기회가 없는 곳이라고 깨닫게 되면 당연히 스트레스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자극’이 만성화하면 마음의 조화만 깨지는 게아니라 몸에도 영향이 온다. 신경성 고혈압, 소화장애, 과민성 대장증후군, 근육 긴장성 두통, 피부 소양증, 성불능증 등이 나타나거나 암 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계속적으로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에는 고집 불통이나 공격적 성격, 성격 장애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내부 요인보다는 외부 요인으로 생기는 것이므로 스트레스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 담배, 커피, 혼외정사에 몰두하나, 이는 잘못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면서 “술이 다소 위안을 줄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고 술값 부담, 간에 주는 부담, 숙취로 인한 업무지체로 인한 추가부담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담배 역시 일시적 해소감을 제공할 뿐폐암이나 호흡기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커피도 일시적으론 산뜻한 기분을 주지만, 심하면 카페인 중독이 된다. 정 교수는 “‘바람 피는 것’역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기는 커녕 가정 파탄, 성병 감염, 사회적 지탄등 스트레스만 더 엄청나게 불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표 교수는 “직장동료, 아니면 친구나 가족 중에서 터놓고 대화할 수있는 대상이 한 두명은 있어야 한다”면서 “자신의 답답한 심정, 정신적고통을 나누다보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지지자를 찾기 어렵다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갈 수도 있다.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면 상사의 희생적인 자세도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유머 넘치고 희생적인 한두 명의 선임자에 의하여 직장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부서가 활력에 넘치는 일은 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는신체적인 방법도 필요하다. 유범희 교수는 걷기 가벼운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 등의 운동과 명상이 큰 도움이 되며,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숨이 가쁘고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10~20분 정도 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면,항불안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물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방법이며, 특히 항불안제는 습관성이 있어 약을 끊으면 증상이 돌아오는 수가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개인의 생각이나 마음, 신념 등을 변화시키는 게 합리적인 대처법이라고 조언한다. 유범희 교수는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잘 파악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재빨리 자신을 그 스트레스 원인에 적응시키려고노력하는 게 심신에 좋다고 말한다.
정도언 교수는 “스트레스를 무조건 물리쳐 버릴 대상이라고는 여기지 말라”면서 “학생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해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스트레스는 받아야 공부를 열심히 하듯, 스트레스가 완벽하게 없는 상태란 거의 죽은 상태이며, 스트레스는 인간 생존에필요한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대기자yjsong@hk.co.kr
■ 스트레스 부담 줄이려면
◆하루 30분의 자유시간
방해 받지 않는 하루 30분의 자유시간을 확보한다. 전화, 방문자, 업무에서 완전히 해방된 30분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확보해 그 시간에는 공상을 한다. 공상은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창조성을 길러 준다.
스트레스는 인생의 활력소이다. 문제는 야생마 같아서 제대로 길들이지 않으면 다친다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야생마를 길들여 인생에 속도를 더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야생마에 놀라 제풀에 넘어져 다친다.
◆자가 이완요법
스트레스를 받아 지나치게 흥분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복식 호흡법이다. 복식호흡법은 말 그대로‘배로 숨을 쉬는 것’이다. 천장을 보고편히 누운 상태에서 두 무릎을 세워 배를 편하게 한 후 배를 이용해 호흡을 한다. 편한 베개를 머리에 베고, 무릎 밑에 받치면 좋다. 코를 통해 숨을 들이마셨다가 입을 통해 내쉬도록 한다. 들이마실 때는 천천히, 내쉴 때는 더 천천히 한다. 당연히 숨을 들이마실 때는 배가 불룩하게 올라오고숨을 내어 쉴 때는 배가 꺼지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도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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