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소매업체인 미국 월마트가 일본 유통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20일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월마트는 일본 정부의 산업재생기구에 경영악화에 빠진 매출액 기준 일본 3위 유통업체인 ‘다이에’의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월마트 국제부문 최고경영책임자(CEO) 존 메인저는 19일 산업재생기구를 방문해 “상품개발과 점포경영 등 월마트의 독자적 노하우로 다이에를 재건할 자신이 있다”며 다이에 인수 의사를 전했다. 물론 월마트의 다이에 인수는 산업재생기구의 기업회생 프로그램 적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미 2002년 일본 4위인 세이유(西友)를 매수했기 때문에 다이에를 산하로 끌어들일 경우 매출액 2조 700억엔, 점포수 480개로 현재 1위인이온과 2위인 이토요카도를 제치고 일본 시장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월마트는 세이유와 다이에를 합친 최대 규모를 무기로 일본 납품업체에 대한 납품가격 결정권을 확보한 뒤 특유의 박리다매와 가격경쟁으로 단숨에일본 유통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이온과 이토요카도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 산업재생기구의요청이 있을 경우 다이에 재건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이에를 놓고 미국과 일본 유통업체간에 쟁탈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만 1조 751억엔에 달하는 다이에는 주거래은행인 UFJ에 큰 부담이 됐으며 UFJ가 최근 사실상 미쓰비시도쿄에 흡수되는 합병안에 합의하게 만든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다이에는 채권은행단에게 독자 회생을 위한 추가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채권은행들도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 부실채권 처리에 쫓기는 상태이어서 산업재생기구 지원신청을 통한 워크아웃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다이에는 일본 부실채권의 원흉으로 불리우는 건설ㆍ유통ㆍ부동산업계의 문제점을 상징하는데다 금융권 재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처리방향이 주목된다. 또한 일본의 경기회복이 분명해졌지만 오랜 불황과막대한 부실채권으로 은행과 기업의 자금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론스타의 도쿄 중심부 고층빌딩 매입, 골드만삭스의 도산 골프장 인수에서도 나타나듯 여력을 가진 미국 자본이 일본 투자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 잘 드러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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