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무총리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둘러싸고 해프닝이 벌어졌다.여기엔 10일 국무회의에서 "책임총리제로 총리가 중심이 되어 내각을 이끌어가라"고 언급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훈시가 소개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실은 "홈페이지 내용이 일부 잘못됐다"며 책임 총리제 도입방침을 부인했다.
속기록을 살펴보면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많이 제기됐던 책임총리제 요구도 있는 것 같아서 총리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대통령 말씀 중 중간 부분이 생략되는 바람에 혼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즉각 수정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해프닝에 대해 한 여권인사는 "책임총리제를 바라는 총리실의 분위기가 드러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일상적 국정 총괄을 총리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도 국정의 중심에 총리가 서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해찬 총리도 '실세(實勢)'라는 소리를 들으며 등장했다가 '실세(失勢)' 총리의 모습만 보여주고 물러났던 과거 인사들과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정부가 분권형 통치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듣고자 한다면 법률과 대통령령 등으로 총리와 분야별 책임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책임총리'엔 총리의 인사 제청권이 법률로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무슨 근거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회문화장관회의를 주재하느냐"는 문제 제기에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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