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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 아내는 내 맘대로'에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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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 아내는 내 맘대로'에 브레이크

입력
200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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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힘으로 성관계를 강요, 상해를 입힌 남편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강제추행치상죄를 인정했다. 언뜻 당연하거나 수긍할만한 판결로 비치지만, 국제적 추세와 일반의 인식변화와는 달리 부부간 성문제에 보수적인 우리의 법현실에서는 획기적 판결이다.이른바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인한 사회사적 의미가 크다. 흔히 법이 개입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부부관계에도 인권존중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시대로 사회가 발전한 사실을 일깨운다.

이 판결의 피고인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의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970년 대법원 판례가 이혼을 준비하거나 별거 중인 때만 부부 강간을 인정했지만, 이 사건과 같은 강제추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특히 판례가 강제추행까지 부정하는 취지였더라도, 30년이 지난 지금은 달리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급심에서도 진보적 해석과 판단이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판결이 나온 것만으로, 결혼과 부부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것을 반영한다. 여성계는 물론이고 법조계와 학계도 폭력가정의 아내들이흔히 강제 또는 가학적인 성행위 피해를 당하는 현실에 비춰, 부부 강간과 강제추행죄를 적용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계는 외국처럼 부부 강간과 강제추행을 처벌하는 분명한 법적근거를 마련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이혼하려는 아내들이 저마다 강제추행 피해를 주장하고 나설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부부간 성폭력의 엄격한 규제는 부부사이 성규범을 바로 세우고, 가정 폭력과 학대를 줄일 것이란 논리는 설득력을 지닌다. 이번 판결이 ‘내 아내는 내 맘대로’라는 그릇된 인식에 쐐기를 박았다고 반기는 여성계의 인식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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