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은 단순한 민간 신앙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전통 민족예술입니다. 민족정기를 복원하고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도 장승을 보급하고 있습니다.”1999년 4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일행 앞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공연하고 여왕과 축배를 들어 주목받은 장승쟁이 김종흥(50ㆍ사진)씨.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 인근 해밀튼시에 현지 한인회요청으로 장승조각을 설치하는 등 2002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일본 러시아이스라엘 등 6개국에 장승공원을 조성하거나 조각품을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300주년 기념공원에 한국의 상징물로 장승이 선정돼 높이 8㎙나 되는 장승 11개를 세우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김씨가 살고 있는 하회마을 입구의 장승공원을 비롯해 서울 월드컵경기장 앞 장승공원과 강원도 정동진 조각공원 등 각지의 유명 공원에김씨의 작품이 빠지지 않는다.
평범한 농사꾼이던 김씨가 장승조각과 인연을 맺은 것은 92년 안동군 주최가훈전시회에 출품한 목공예품이 호평을 받으면서부터.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고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을 없애기 위해 다 뽑아버렸다는 장승에관심을 가지다가 주위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지요.”
이후 전문적인 조각 교육을 받고 관련 자료를 탐독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제작기법을 터득해 지금까지 2,500여 개의 장승을 만들었다.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처럼 무섭게 생긴 것만이 아니라 전통과 지역적 특성을 살려 현대적으로 해석한 해학적인 작품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김씨의 뒤를 이어 장남 주호(27ㆍ안동대 대학원 민속학과)씨도 장승 만들기에 나섰다. 김씨는 “큰아들이 손재주도 더 좋은 것 같아 든든하지만 전통문화와 쟁이에 대해 국가ㆍ사회가 더 큰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라며 “하회마을 장승공원을 확장하고 장승박물관을 건립해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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