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경제5단체 회장단의 그제 만남이 현격한인식차만 드러낸 체 끝난 데 대해 실망한다. 경제회생을 부르짖고 민생을최우선으로 한다는 여당이 어렵사리 마련된 귀중한 자리에서 몇 가닥이나마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우리 경제를 위해 답답한 일이다.여당과 재계의 의기투합을 위한 자리가 아닌 만큼 이견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하루가 급한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내수침체로, 해외에서는 치열한 경쟁으로 상황은 어렵다. 재계와 정부, 여당이 손을 맞잡고 대응해도 극복이 쉽지 않은데 의견일치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으니 정말 난감함을 느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재계의 요구에 대해 여당의 불신과 의혹이 대단히 깊다는 점이다.
재계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요구에 대해 김희선 정무위원장은 “우리가파악한 바에 따르면 재벌들은 이 제도에 상관없이 투자여력이 있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총무는 재계의 시장경제원리 준수와 반기업정서 해소 요구를 “정부나 여당에 대한 비판으로 생각한다”고 받아들였다.
이런 불신과 의혹이 있는 한 기업의 투자활동을 유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여당이 진정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한다면, 재계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절충ㆍ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시성 민생투어를 아무리 해봐야 발상전환을 하지 않는 한 경제는 멍들고 국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갈 것이다.
“경제는 타는 모닥불이다. 모닥불을 자꾸 건드리면 불이 제대로 안탄다”라고 말한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의 비유를 열린 우리당은 깊이 음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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