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먹는 음식에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밖에서는 좀처럼느끼기 힘든 그 온기와 푸근함은 어머니들의 정성과 솜씨, 그리고 믿음까지 말해 주는 듯 하다.서울 논현동 관세청 뒷골목에 자리한 한정식당‘숙향’은 고향집 어머니의손맛을 그대로 느끼게하는 곳이다. 위치와 겉보기에도 그렇고, 또 실내에서 마주치는 분위기와 음식, 나아가 접하는 사람들까지 전혀 식당에 와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이 집은 대로변에서 골목 안쪽으로 100m 정도 들어간 주택가 안쪽에 들어서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외관은 일반 가정집 그대로고 간판도 조그맣다. 원래 일반 주택이었는데 조금만 손질해 식당으로 꾸몄다. 상을 받으면 집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정겹다.
음식은 안주인 장숙향(58)씨가 거실 안쪽에 있는 부엌에서 직접 만들어낸다. 그래서 일반 식당의 주방이라기보다 부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상호도 주인 이름에서 따왔고 메뉴판은 아예 없다.
음식은 버섯죽으로 시작, 칼칼한 새우지리탕, 입안에서 녹아나는 만두, 삼색전, 쇠고기 산적(사진), 북어찜, 대하찜, 보쌈, 단호박찜 등 최대 18가지 메뉴가 한 상에 코스로 나온다. 샐러드의 상큼한 과일소스와 새하얀 빛깔의 요구르트까지 장씨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
하얀 그릇에 정성스럽게 담겨 나오는 음식들은 특별하거나 이색적인 메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범함이 풍겨난다. 마치 집안 식구들에게, 혹은 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내놓듯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음식들은 금방 조리해낸 것이어서 따스한 온기가 오래 남아 있다.
원래 음식 장만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던 장씨는 5년전 숙향을 열었다. 평소 친구들을 불러 음식 해 주는 것을 즐겼는데 아예 한정식당을 내서 전문적으로 대접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변의 친구들과 주부 모임이 많았는데 차츰 맛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남자 모임도 많이늘어났다. 경기여고(52회) 동창들이 많이 찾아와 준 것도 힘이 됐다.
그래서 이 집 손님들은 대부분이 단골들이다. 모두 알음알음으로 알고 오는데 단골 손님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치인, 재벌 총수, 대기업 CEO 등 사회 유력 인사들이 적지 않다. 또 외국인 손님과 함께 들르는기업 관계자들도 많다. 집에서 먹는 한국 식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당을 나설 때 대부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만두 포장. 황해도출신인 장씨가 직접 빚은 만두로 이 집 최고 인기 메뉴 중의 하나이다.
전직 언론인 출신인 장씨의 남편 안종화씨는 직원에게 맡겨 놓는 것이 불안해 발레파킹부터 손님 신발정리까지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개업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여기저기서 취재 의뢰가 들어 왔지만 한결같이 거절해 오다 처음으로 응했다.
■ 메뉴와 가격/메뉴판은 없다. 점심은 2만원부터 2만5,000, 3만원 세종류. 여자 손님들은 1만8,000원만 받는다. 저녁은 2만5,000원부터 3만, 4만,5만원 4가지. 강남에서 이 수준의 한정식을 이 가격에 내놓으면 많이 싼 것이라고들 한다.
■ 영업시간 및 휴일/ 밤10시까지. 명절만 쉰다. 일요일은 예약손님만 받는다.
■ 규모 및 주차/ 3~4인용 방부터 20~30명 방까지 방만 7개. 한 방에는 같은 일행만 받는다는 것이 원칙. 발레파킹 무료.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 찾아가는 길/ 관세청옆 건설회관과 신한은행 사이 골목길로 100m 안쪽우측골목.
■ 연락처/(02)515-5592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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