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기도 폐색으로 혼수상태에 든 시인 김춘수(82)씨는 생활 잡사(雜事)에 둔한, 천상 시인으로 유명하다.하루는 아내인 고 명숙경(99년 작고)씨가 벽에 못을 박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시인의 못박기가 영 시원찮았던지 망치를 되돌려 받으며 했다는 말. “당신은 시나 쓰세요.” 김씨를 스승으로 예우해 온 시인 조영서(72)씨는“형광등 하나 갈지 못하는 김 선생님께 명 여사는 일평생 든든한 후원자이자 보호자셨다”고 기억했다.
아내와 사별한 뒤 시인은 “요즘처럼 시가 잘 나오던 때가 없었다”고 말할 만큼 왕성한 시작 활동을 펼쳤고, 두 권의 시집을 보탰다. 아내에 대한그리움과 아쉬움의 시편으로 묶인 ‘거울 속의 천사(민음사, 2001)’ 후기에서 그는 아내를 두고 ‘천사였다’고 적었고, 조씨에게는 “아내가 나에게 시를 쓰게 만드는 것 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가 쓰러지기 직전 아내의 이름 이니셜을 빌어 쓴 시 ‘S를 위하여’가 계간 문학수첩 가을호에 실렸다.
“너는 죽지 않는다./ 너는 살아있다./ 죽어서도 너는/ 시인의 아내,…//잊지 말라,/ 언제까지나 너는 한 시인의/ 시 속에 있다./ 지워지지 않는 그/ 메아리처럼,”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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