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폭발사고 후 태아를 유산한 한 베트남 출신 여성이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4,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지난해 11월 한국 남성 이모(49)씨와 결혼해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여인 N(19)씨는 지난 4월8일 삼성전자가 제조한 압력밥솥을 이용해 밥을 짓던 중 압력밥솥이 거대한 폭발음을 내며 터지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임신 6주째인 태아를 유산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위자료 4,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 동부지법에 냈다.
N씨는 소장에서 "폭발 하루 전인 4월7일 정기검사를 받을 때만 해도 뱃속의 아이는 임신 6주째의 건강한 태아로 자라고 있었는데, 사고 1주일 후 받은 정기검사에서 태아의 발육상태가 멈췄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같은 달 27일 유산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박동수 변호사는 "폭발한 압력밥솥은 간단한 버튼 조작 후 사용자의 추가조작이 필요 없는 제조물로 사건 당일 N씨는 평소처럼 정상적인 방법으로 밥솥을 이용하고 있었다"면서 "이 사고는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N씨 부부는 국적과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첫 아이를 임신해 가정에 안정을 찾아가던 중 이 같은 사고를 당해 상실감이 더욱 컸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압력밥솥은 이씨가 지난해 구입한 SJ-A5300 모델로, 중소제조업체 N사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작해 삼성전자에 공급해 왔다. 이런 경우 현행 제조물책임(PL)법은 두 회사 모두에 제품 결함에 의한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N사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압력밥솥의 폭발과 유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청취하고도 보상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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