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였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유일하게 '성역'으로 치부됐던 남자단식의 아성을 허문 것은 '외눈 투혼'을 발휘한 손승모(24·밀양시청)였다.8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첸홍(중국)을 꺾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자단식 4강에 오른 손승모는 16강전에서 탈락한 이현일(세계랭킹 4위·김천시청)에 이은 국내 2인자. 밀양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의 권유로 배드민턴과 인연을 맺은 손승모는 '셔틀콕 1인자'를 꿈꾸며 밀양고에 진학했으나 1학년 때 연습 중 선배가 스매싱한 셔틀콕에 오른쪽 눈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각막 손상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평범한 셔틀콕도 놓치기 일쑤였다. 택시운전을 하고 직물공장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다시 이를 악물었다. 오른쪽 시력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단점이었던 스피드를 보강하고 네트 플레이를 보완하기 위해 3대1 연습을 자처했다.
지성이면 감천. 2년 뒤 각막 제공자가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렌즈를 끼고 0.8의 시력을 되찾았다. "한쪽 눈만으로도 얼마든지 셔틀콕을 마음 먹은 곳에 보낼 수 있다"며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고교 졸업 직전 남자단식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손승모는 2001년 홍콩오픈에서 우승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단체 결승에서 86 아시안게임이후 16년만에 단체전 패권을 되찾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성한국 코치는 "그 동안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남자단식의 정상을 독식해왔으나 이제는 그들만의 성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승모가 배드민턴 남자단식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테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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