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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권형 국정운영의 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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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분권형 국정운영의 성패

입력
200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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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총리의 인사 및 정책조정 권한을 강화하고 핵심 정책영역을 나누어 관장할 책임장관을 지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위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노 대통령은 정부 정책 분야를 5개 정도의 영역으로 나누어 협의조정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하고 각 영역을 주도할 책임 장관을 지명했다. 일상적 국정운용은 총리를 위시한 책임 장관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정부혁신, 균형발전, 부패청산 등 주요 혁신과제 추진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하는 요소는 명백히 있다. 과거 정권들의 고질적 병폐였던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권한 집중을 해소하는 한편 국정운영 시스템 부재에 따른 정책 혼선과 난맥상을 바로잡아 보려는 의도가 이 조치에서 읽혀지기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의 정책논의와 결정과정은 마치 이들이 과거 야당 총재시절 주도했던 당무회의와 흡사한 측면이 있었다. 시시콜콜한 결정사항들까지 권력최상층의 재가에 의존했던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국정운영은 자연히 자의적이고 전횡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정책실패에대한 책임과 부담 역시 고스란히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몫이 되었다. 정책의 실패는 임기만료를 1년 이상 남겨두고 대통령의 효율적 국정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레임덕 현상을 초래했다.

이제 우리는 숱한 민생 현안들을 대통령님께 직접 호소하기 위해 민초들이돈을 모아 신문에 광고를 내는 희극적인 혹은 비극적인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단계에 온 듯하다.

민주적 대통령제 하에서 일상 정책 추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자신이 신뢰하는 총리와 장관들에게 부여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조치이다. 굳이 분권형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다. 권한과 책임을 이처럼 나누어 준다고대통령의 권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는 총리와각료들의 몫이 아니라 의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총리와 책임장관의 정책 수행 능력을 대통령이 신뢰한다면 영역별 권한과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두는 한편 청와대 등 다른 권부의 불필요한 통제와간섭을 자제시켜야 할 것이다.

안정적 정책 추진을 위해 총리와 책임장관의 잦은 교체 역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경우 각 정책영역을 관장하게 될 책임장관을 제대로임명하는 것이 일상적 국정운용의 성패를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과연 일상적 국정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경륜과 능력을 책임장관 지명의 일차적 고려사항으로 삼았는가.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특히 정치인 출신 장관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주요 정책영역을 관장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소위 대권 수업이라든가차기 대권 후보자들을 관리하거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시절 대통령이 주도했던 여러 조치들이 정권 재창출이라든가 국회 장악 등 정치적, 정략적 계산을 바탕에 깔고 있음으로 인해서국민들의 의혹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그 결과 그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바 있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든가 제2건국 추진 등과 같은 조치 뿐 아니라 경기회복과 햇볕정책 같은 주요 정책들마저 의혹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주요 정책에 정치적, 정략적 계산이 개입할 경우 그 조치나 정책은 정치적 목표, 정책적 목표 모두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노무현 정권이 과거 정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이나 과거사 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등 노무현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현안들이 정치적, 정략적 계산에 의해 훼절되지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주요 정책과 사업의 궁극적 실패는 대통령 한 사람의 책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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