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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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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깨라

입력
200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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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수교 12년을 맞아 양국간 현안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 및 최대 투자대상국이 되었다. 중국은 한국에게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를 가져다 주었으며, 한계기업의 수명연장에 기여하였고 우리 기업에게 시장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까지는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왔으나 앞으로는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사실 대중국 흑자는 상당부분 투자가 유발한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 가공하여 대부분 한국 및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중국진출기업의 전형적인 경영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산의 품질향상으로 인한 현지조달 증가 및 빠른 기술향상으로 무역흑자는 지속되기 어렵다.

중국투자 러시는 한국에 산업공동화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계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들의 중국행이 뒤를 이으면서 온 나라가중국 열풍에 휩싸이게 되었다. 기업의 중국행은 중국측 흡인요인과 한국측밀어내기 요인이 복합 작용하는 것으로, 여건을 개선해 기업들을 붙잡아 두더라도 중국행 동기는 여전히 강하다.

우리나라에게는 해외자원의 효과적 활용이 경제발전의 요체이므로 중국투자 러시를 두렵게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산업과 공정은 한국에 남겨두고 어떤 산업과 공정은 중국에 이전해야 하는가, 그리고 한국 모회사와 중국 자회사 사이의 분업구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국제간 분업관계 설정을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양국간 중요한 갈등요인의 하나는 무역 불균형이다. 사실 무역불균형은 투자에 기인하는 것이며 중국 투자기업들은 생산품의 대부분을 수출하므로 수입유발과 동시에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외자기업은 중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이루어내며 중국경제 발전에 막대한기여를 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중국에 대해 거액의 관광수지 적자를 보고 있다. 무역불균형 논란은 이러한 본질적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으며, 우리가 수세에 몰리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대응논리를 갖추고 있지 못해서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가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는지를 더 늦지 않게 일깨워 준 사건이다. 고구려사 왜곡은 단호한 대응으로 반드시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

물질적 풍요와 자신감으로 무장한 중국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대해 민족주의 정신 부재를 질타할 정도로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가지고 있고 이들이 머지않아 중국을 이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사왜곡은 지금이 아니면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사회 일각에서 무역불균형과 6자회담 등을 고려해 대응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자기 발 묶기식 논리가 제기되는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에 시혜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경제발전을 위해 한반도와 중-미관계의 안정이 절대 필요해서 참여하는 이익 당사자일 뿐이다.

무역불균형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관계가 아니며 정부 개입의결과도 아니다. 마늘분쟁으로 인한 중국의 무역보복은 정부간 무역정책 충돌사건으로 이번과는 성질이 다른 사안이다.

반문하건대,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을 한국 기업의 투자감소 우려와 결부시켜 생각하고 있는가? 일본은 과거사 왜곡을 한국에서 얻는 막대한 무역흑자 감소 우려와 결부시켜 생각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무역흑자를 지키기위해 고구려사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고구려사 문제는 한ㆍ중간에 조용히 해결할 문제가 아니며, 국제적 해결을시도해야 한다. 우리 역사는 세계 사람들이 인정할 때 지켜지는 것이므로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문자료 출간 등 한국사의 국제화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외국 학자들에게는 자료의 진실성보다는 입수와 해독의 가능성이 일차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카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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