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지법 형사1단독 문용호 부장판사는 18일 성폭행 가해자의 부모에게 "피해자의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았다"고 알려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의사 조모(2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성폭행 피해자의 상태를 기술한 소견서를 작성해 법원이 아닌 가해자측에 먼저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처녀막 파열 여부 등 진료결과에 대한 가해자측의 문의에 대해 '그런 내용의 진단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한 것은 간접적으로 진료내용을 누설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다만 누설한 내용이 '피해자의 건강에 별 이상이 없다'는 취지이므로 이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해자측이 끝까지 몰랐다면 합의금 협상 등에서 오히려 피해자측이 가해자측을 속이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며 "이는 법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의료상의 비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2년 11월 국립경찰병원에서 근무하던 조씨는 성폭행 피해자 강모(16)양에 대해 "처녀막은 파열되지 않았고, 정액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진단서를 강양 가족에게 작성해 줬으나 강양의 어머니는 가해자의 어머니 김모씨에게 "진찰 결과 처녀막이 파열됐다"면서 1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찾아온 김씨에게 조씨는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해 줬고, 그 결과 합의금은 3,000만원으로 줄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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