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감동적인 영화는 참 많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를 빼놓을 수 없다. 젊었을 적 키가 3m가 넘는 거인을 만났고 호수만한 물고기를 낚았다는 아버지(이완 맥그리거)의 허풍이 싫은 아들(빌리 크루덥).그러나 이 모든 허풍이 삶에 찌든 젊은 시절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과장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목이 멨다.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젊은 아빠의 고단한 어깨, 한때는 뜨거운 사랑과 멋진 인생을 꿈꿨으되 결국에는나이 들어 병상에 누워버린 그 아버지라는 존재의 슬픈 운명….
감동을 주는 영화인들도 많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택시를 운전하는 힘든 가정형편인데도 언제나 해맑은 미소와 꿈을 잃지 않는 배우 박해일,망막상처로 인해 오른쪽 눈이 거의 실명상태에서 단편영화를 찍고 있는 젊은 감독 박준형, 위암판정을 받고서도 ‘목포는 항구다’와 ‘신부수업’을 찍다가 운명을 달리한 배우 고 김일우 등등.
‘재밌는 영화’와 ‘실미도’로 유명해졌는데도 고향인 연극무대와 선후배를 잊지 못하는 배우 임원희의 살뜰한 마음가짐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20일 개봉하는 ‘쓰리, 몬스터’의 주인공 임원희를 만난 16일, 우연히 비슷한 이름의 젊은 선수가 비슷한 감동을 줬다.
바로 이날 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유도의 이원희(23) 선수. ‘한판승의 달인’이라는 여드름 투성이의 그가, 결승전에서 종료 9초를 남기고 번개 같은 안뒤축걸기로 한판을 따냈을 때, 고국 팬들은 가슴까지 시원했다. 두 손 모아 기도하고, 겸허히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린 우승 세리머니까지, 매 순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그 싱싱한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감동 그자체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대선수를 제압한 박경모의 신중한 활시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적인 축구 8강행 티켓을 거머쥔 태극전사들의 신나는 어깨동무…. 이보다 더한 감동의 드라마가 어디 있을까. 지금은 바야흐로 영화도 이들에게 잠시 자리를 내줘야 하는 감동의 올림픽 기간이다.
/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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