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법화(法貨)로서 모든 거래에 무제한 통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주화(동전)에도 적용된다. 상거래나 채무변제에 지폐와 동전을 금액 제한 없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 같은 ‘무제한 법화성’은 우리에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많은 나라에서 동전은 무제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이를 ‘동전의 법화성 제한‘이라고 하는데, 일정 수량이나 금액을 넘는 동전은 법화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전의 법화성을 제한하는 나라들은 꽤 많다. 2002년 1월1일부터 유로화를도입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12개국에서는 단일거래에서50개를 초과하는 동전을 받도록 강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일본에서도 동전 종류별로 20개까지만 법화로 사용된다.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등은 동전 종류에 따라 법화로 사용할 수 있는동전수가 다르다. 제한내용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은 지급결제관행 등이 상이한데 따른 것이다.
통상 동전으로 지급할 수 있는 최대금액은 대체로 자국지폐의 최고액면 금액을 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동전의 법화성 제한에 관한 규정내용이 없다.
동전의 법화성을 제한하는 이유는 과다한 양의 동전을 사용할 경우 거래 상대방이 겪게 될 계산ㆍ보관ㆍ운반의 애로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선빚 독촉에 화가 난 채무자가 빌린 돈을 전부 동전으로 바꿔 갚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처럼 거래편의를 위해 도입된 동전이 도리어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동전의 법화성 제한이 나온 것이다.
/김동균<한국은행 발권국 과장 김동균>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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