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에서 '따로 노는' 기류가 완연하다. 여전히 지공(遲攻)을 고수하는 지도부에 맞선 비주류 내에서도 수도권과 영남권이 갈라지는 양상이다.김문수 의원 등 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주축이 된 수도이전 반대 서명작업은 이를 확연히 드러냈다. 발전연이 서명에 돌입한지 17일로 5일째지만 서명에 참여한 당 소속 의원은 43명. 참여자들은 주로 이재오 홍준표 박계동 고진화 공성진 송영선 의원 등 발전연 멤버들과 수도권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에서 수도이전 반대 서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월 이방호 의원 주도로 '천도수준 수도이전 반대 및 국민투표 요구' 서명이 있었고 당시 의원 62명이 참여했다.
중복 서명 의원을 빼고 둘을 합치면 서명으로 수도이전 반대 의사를 밝힌 한나라당 의원은 90명에 이른다는 얘기지만 셈법이 그리 간단치 않다. '그땐 서명했지만 지금은 서명 하지 않은' 의원 46명은 이번 서명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명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대다수가 영남권 의원들이다.
당장 6월 서명을 주도했던 이방호 의원부터 이번 서명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서명은 당내용 성격이 짙어 순수성이 의심된다"며 "취지문을 좀 더 검토한 뒤 서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양상은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영남권과 수도권 의원들간 해법차 때문이다. 영남권 의원들은 '국민투표 요구'에 방점을 찍는 데 비해 수도권 의원들은 '수도이전 원천반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영남권 출신은 이번 서명에 참여할 경우 발전연과 한 묶음이 돼 박근혜 대표와 대립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28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예정된 당 연찬회에서 수도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발전연 중심 비주류와 영남권 중심 비주류, 지도부간 치열한 삼각 논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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