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짧은 수명 때문에 덧없는 삶, 또는 ‘매미팔자’라고 해서 게으름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매미의 삶을 추적해보면 더 이상 극적일수 없다. 매미의 알은 나무줄기 속 등에 있다가 이듬해 6~7월 부화, 유충이 된다. 유충은 스스로 땅에 떨어져 흙 속으로 들어가 5~7년 4차례 변태를 거듭하며 굼벵이로 지낸다.북미의 어떤 매미는 17년간 땅속에서 지내기도 한다. 긴 땅속생활을 보낸굼벵이는 땅을 뚫고 나와 나무줄기에 매달려 허물을 벗고 우화(羽化)를 거쳐 매미가 되는데, 7~20일정도 나무진을 빨아먹으며 살다가 교미를 한 뒤생을 마감한다.
■한 마리의 매미가 온전하게 일생을 마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유충의 95% 이상이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에 두더지 개미 등에게 먹히고 성충이되어서도 절반 넘게 새 거미 등에게 먹힌다.
성충이 짝을 만날 확률 또한 50% 미만이다.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대는 것은 짝을 찾기 위함이다. 목청껏 울어대는 수컷의 절반 이상은 암컷을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매미의 울음은 기적 같은 삶을 완성하기 위한 절규인 셈이다.
■수컷매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음기관이다. 수컷은 멋진 울음으로암컷을 부르는데 성공해야 후손을 남길 수 있다. 발음기관은 음을 발생시키는 부분, 공명실, 리듬과 음색을 붙이는 부분 등 3개로 돼있다.
발음근의 빠른 신축으로 발음막이 진동하면 배 전체가 공명실 역할을 해 소리가 증폭된다. 등판과 배판의 미묘한 움직임으로 종 특유의 소리를 낼수 있다. 종에 따라 우는 시간대도 다른데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관련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의 매미가 밤에도 우는 것은 밝은 불빛 때문에 낮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란다.
■올 여름은 폭염과 함께 유난히 매미의 울음이 극성이었다. 그러나 여름의 끝자락이 밟힐 즈음 숲속에서는 매미들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교미를끝낸 수컷은 나무줄기에 다리갈퀴를 걸 힘이 없어 땅으로 떨어지고, 암컷은 알을 낳고 기진해 땅으로 떨어져 최후를 맞는다.
숲속 여기저기서 들리는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는 바로 매미의 장송곡이다. 서민들의 삶이 유난히 고달팠던 올 여름의 요란한 매미 울음은 여느 때와 달리 들린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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