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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난지도를 가족공원으로

입력
200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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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6일 서울 난지도 노을공원에는 333개의 연이 올랐다. 수천 명이 노을이 질 때까지 난지도를 떠날 줄 몰랐다. 서울 하늘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붉은 노을을 바라보기 힘든 시민들이기에 힘들게 올라온 난지도 정상 노을공원은 저녁 늦게까지 북적거렸다.오염물질을 내뿜어 아이들의 기관지를 병들게 한 어른들이 난지도마저 어른들만의 놀이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것도 서울시민의 0.003%에 불과한 하루 300명만을 위한 골프장을 짓겠단다.

처음 서울시가 난지도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시민ㆍ환경단체들은 그곳에 시민공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당시 추진론자들이 골프장 건설 근거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서울시민들이 원한다는 것이었다.

택시기사와 저소득층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하겠다는 말도 나돌았다. 그래서 골프장 이용요금도 하루 15,000원으로 책정한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다. 그런데 지금 예상보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 33,000원은 돼야 적자를 면할수 있단다. 대중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영리만 남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 일을 추진하는 기관이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라니 더욱 기가 막힌다. 공단은 이미 난지도에 서울시내 웬만한 곳에서는 허가 나기도 힘든 골프연습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공단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다면 하루 300명에 불과한 시민만을 위한 골프장이 아니라 하루 수만 명 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육진흥공단은 건설 예산이 애초의 84억에서 146억 원으로 증가된 요인으로 지반 강화 공사비 증가(23억), 환경 보전비용(10억), 인건비 등(45억)을 들었다. 참 이상한 계산법이다. 처음부터 환경골프장을 만들기로 했는데 나중에서야 환경 보전 예산이 생겨났다.

특히 난지도는 매립지이기 때문이 지반침하는 예견되었던 일이고 서울시의보고서에도 이런 얘기는 분명히 나와 있다. 이 예산도 나중에서야 추가되었다. 그 전에 세운 예산이 엉터리라는 얘기다.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부풀리면 된다는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 되었다. 용역비와 인건비도 처음에는아예 책정조차 되지 않았다가 사업 시작 후 45억 원이나 추가되었다.

결국 난지도 골프장 설립 근거로 내세웠던 대중성, 환경성은 둘 다 지키기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우리 아이들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어떨까?

불행하게도 서울시에는 시민을 위한 녹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산림청이 발표한 서울의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은 3.4㎡로 뉴욕의 9분의 1, 런던의 8분의 1, 스톡홀름의 23분의 1이다. 서울은 경제적으로는 활력이 넘치는 도시일지언정 생물학적으로는 죽음의 도시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10만 평이 넘는 난지도 노을공원을 시민을 위한 가족공원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루 300명의 극소수 부유층이 아니라 연간 1,000만 명의 시민이 모여 100배 즐길 수 있는 시민공원이 생긴다면 과거의 실수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미국의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 한가운데 숲과 같은 공원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족들과 함께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곳, 노을공원에서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자. 거센 바람을 가르며 연을 날리는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자. 세계 연날리기 대회도 열자.

양장일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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