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판사'로 불리는 조무제 대법관이 17일 퇴임식을 갖고 34년간 몸담은 법원을 떠났다. 1998년 대법관 취임 때 재산이 7,000여만원에 불과해 청빈 법관으로 유명해진 조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원 높은 가치가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외형적 변화에 결코 흔들리지 않으면서, 정성을 다해 재판업무에 몰두해 달라"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조 대법관은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환경을 의식한 듯 "아직도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는 법질서 존중 의식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원칙이 지켜지지 아니한 결과,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게 된 것에 연유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한 재판 외적 상황에 재판권의 적정한 행사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법관은 부정적 여건이 있다고 하여 재판의 이상을 실현할 성스러운 책무를 면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특히 "본질을 벗어난 편견이나 선입관을 지닌 주의주장이야말로 사법판단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며 "보편성을 잃은 주장이라면 법관은 아무리 목청 높게 눈앞에 다가서는 여론이라 할지라도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이해관계에 얽힌 주위로부터 초연하려면 고독함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법관은 고독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고독은 어둠과 같지만 여기에 익숙해지면 미처 볼 수 없던 은밀한 사물의 존재까지 알아보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조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않고 내달부터 모교인 동아대 법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설 예정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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