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기업사냥꾼'이 구속된 다음 날 검사를 속이고 검찰에 압수된 회사통장에서 돈을 추가로 빼내려다 검찰이 눈치채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17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에 따르면 회사 돈 10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된 코스닥등록업체 E사의 최대주주 황모(43)씨는 구속 직후 수사검사에게 "오늘 회사에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난다"며 압수한 회사 통장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견실한 기업을 부도직전까지 내몬 '기업사냥꾼'이 못 미더웠지만 "회사는 살려야 할 것 아니냐"는 황씨의 주장에 검찰은 통장을 내 주었다.
그러나 다음 날 검찰은 회사 직원들로부터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회사 돈이 없어 우리사주조합 소속 직원들이 자비를 모아서 본사와 계열사에 들어온 3억5,000여만원의 어음을 겨우 막았다는 것. 황씨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챈 검찰은 통장을 즉시 가져오도록 했고 다행히 돌아 온 통장에서 돈을 빼돌린 흔적은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바로 통장을 회수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황씨의 간 큰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황씨는 강간죄로 복역 후 풀려난 뒤 지난 3월 사채를 동원해 E사 주식을 사들이고, 주식을 담보로 다시 돈을 빌려 사채를 되갚는 식으로 돈 한푼 안들이고 회사를 인수한 후 이사회 의결 없이 회사어음을 발행해 10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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