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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작별인사'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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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작별인사' 덕유산

입력
200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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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내린 비가 무더위를 삼켰다. 이제 저녁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문득 가는 여름이 아쉬워진다. 그래서 독특한 이별의식을 가져보자.무더위를 툴툴 털어내고 여름을 앞서 보내는 여행으로 산행이 제격이다. 극기훈련에 비유되는 여름산행이 뜬금없다고? 산을 오르는 과정을 과감히생략하고 하산하는 일정을 늘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찾은 곳이 덕유산(1,614m)이다. 전북 무주군, 장수군, 경남 거창군, 함양군 등 4개군에 걸쳐있는 덕유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남한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세가 험해 등산객들도 힘들어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산으로 변했다. 무주리조트에서 운행하는 관광곤도라 덕분이다. 등산이 아니라 산행으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덕유산과 무주리조트는 드라마 ‘여름향기’의 주촬영지였다. 최근 일본의케이블TV를 통해 방영되면서 ‘겨울연가’에 이어 대박을 예감하고 있다고한다. 남이섬, 용평리조트에 이어 새로운 한류관광지로 자리잡을 움직임이다.

문득 덕유산에서 드라마를 촬영한 이유가 궁금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온 산 가득 싱싱한 푸르름을 간직한 곳, 정상에 서면 서늘함마저 느껴져 한여름에도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곳, 구천동 33경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계곡을 품은 곳, 덕유산에서 묻어나는여름 향기이다.

원래 덕유산 등반코스는 무주구천동에서 시작, 백련사를 지나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오른 다음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주리조트가 시작점이다.

겨울철 스키리프트로 사용되는 곤도라를 이용하면 15분만에 설천봉(1,520㎙)에 도착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고사목들이 열병식이라도 벌일 듯이 늘어서있는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운해 사이로 점점이 떠있는 연봉(連峯)까지 겹치면 장엄한 파노라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싱싱한 푸르름을 배경으로 진한 커피를 한잔 들이킨다. 향긋한 원두커피의 향이 피톤치드를 머금은 채 콧속 깊이 파고 든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20분. 정상까지 나무계단이 나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힘들이지 않고 오른 산행이지만 그 맛은 짜릿하다. 멀리 왼편으로 가야산, 황매산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지리산 천왕봉, 오른쪽으로는 계룡산과 적상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버리는 탓일까. 대부분 등산객은 여기서 여행의 종지부를 찍는다. 하지만 덕유산의 진면목을 알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중봉으로 향한다. 평탄한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5분 가량 내려오면 대피소를 만난다. 대피소를 지나는 도중 문득 뒤를 돌아다 보았다. 향적봉 정상이 오롯이 드러났다. 설천봉에서 오를 때는 맛볼수 없는 장관이다. 여기서부터 덕유의 숨은 비경이 하나씩 드러난다. 주목과 구상나무의 고사목들이 번갈아 나타나는가 하면, 등산로 옆에는 야생화들이 피고 진다.

중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덕유평전 주변은 노란 원추리꽃 군락이다. 6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들은 무더운 여름에 지친 듯 풀죽은 모습으로 늘어졌다.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은 끊일 듯 이어지며 지리산으로 향한다.

중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백련사로 향한다. 오수자굴을 들리는 길과대피소로 다시 온 뒤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하늘이 잔뜩 흐려지기 시작한다. 시간 단축을 위해 대피소로 돌아와, 백련사로 내려온다.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원래 상당한 난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내리막길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이 역시 간단치 않다. 1시간쯤 걸으니다리에 맥이 풀리며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한다.

그렇게 얼마를 내려왔을까. 갑자기 세찬 물소리와 함께 정겨운 독경소리가귓전을 울린다. 깊은 산속에 살포시 자리잡은 백련사가 나타났다. 산행길에 구경하기 힘들었던 관광객들이 이제서야 눈에 띄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덕유산국립공원관리소 매표소까지는 6㎞. 속세와 멀리한다는 이속대를 거쳐 백련담, 안심대, 구월담, 비파담 등 구천동계곡을 거꾸로 훑어오다 보니 어느 새 인월담에 도착했다.

넓은 반석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곳이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은 뒤 산행길에 지친 발을 담궜다. 발끝에서 시작된 냉기가 머리끝까지 전해진다. 구천동에서 여름의 끝자락을 맛보았다.

/덕유산(무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cmhan@hk.co.kr

■무주여행

여름의 절정기가 지났다. 이제부터는 전국 어디서든 여유롭게 막바지 여름을 즐길 수 있다. 때맞춰 무주에서 20일부터 반딧불축제가 개최된다. 28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밤이 되면 반딧불이 펼치는 빛의 향연을 만끽할 수있다.

#가는 길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 대전까지 간뒤 대전-진주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무주IC로 나온다. IC 통과 후 좌회전,적상면 삼거리와 사산삼거리에서 각각 좌회전한 뒤, 치목 터널과 구천동 터널을 지나면 무주리조트와 구천동에 도착할 수 있다.

남쪽지방에서 출발할 경우 대전-진주고속도로 덕유산IC에서 나와 구천동 방향으로 좌회전, 치목터널을 지나면 무주구천동 입구와 만난다.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무주터미널까지 시외버스가 하루 5차례운행한다. 터미널에서 무주리조트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무주구천동 입구인 삼공매표소앞에서도 무주리조트까지 왕래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무주리조트 (063)322-9000,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322-2546.

#숙박시설

무주리조트는 용평리조트에 이어 국내 2번째로 많은 객실을 갖고 있다. 가족호텔, 티롤호텔, 국민호텔 등 3개 동에 객실만 1,510실이나 된다.

극성수기를 지난 시점이라 객실에 다소 여유가 있으며 가격도 대폭 할인된다. 주중에는 가족호텔의 경우 18평형(4인 기준) 7만원, 29평형(6인 기준) 9만원이면 이용이 가능하다. 반딧불축제기간에는 곤도라를 비롯한 각종놀이시설물을 30%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대규모 스키장을 갖춘 무주리조트 인근에 숙박시설이 많은 편이다. 객실 50개를 갖춘 호텔 무주IRIS (063)324-3400 이외에 무주토비스콘도 (0502)106-5544, 일성무주콘도 (063)324-3939 등 콘도시설도 있다.

#먹을 거리

무주에 왔다면 우선 어죽을 맛보아야 한다. 어죽은 자가미라는 민물고기가재료. 내장을 빼고 푹 삶아서 뼈를 발라낸 뒤 삶은 국물에 쌀과 수제비를넣어 끓여낸다.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된다. 매기매운탕 국물에 밥과 수제비를 넣은 것과 맛이 비슷하다. 내도리입구의 섬마을식당(063-322-2799), 무주읍의 금강식당(322-0979), 큰손식당(322-3605) 등이 유명하다.

열무김치국물에 된장을 풀어내는 장풀이국도 무주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속풀이에 좋다. 향토식당(322-2344)이 이름나있다. 덕유산 산행길에 만나는 구천동 송어양식장(322-3121)의 송어회도 맛이 깔끔하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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