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 근현대 문학의 성과물이 ‘정본’으로 집대성된다. 문학평론가 임헌영(63ㆍ중앙대 국문과 겸임교수) 씨가 기획을 맡은 ‘범우비평판 한국문학(범우사 발행ㆍ사진)’이 그것인데, 단재 신채호와 이해조, 안국선, 김억, 나도향 등 1차분 10권의 책이 첫 성과로 출간됐다.이번 기획은 출판사측이 단 ‘한민족 정신사의 복원’이라는 거창한 수사에 어울리게 집요하고 치밀하다. 모든 책의 판본 확정과 미발표작 발굴, 작품 해설 집필 등 전 과정의 책임편집을 현직 교수들이 맡았고 입력과 책임교열 책임도 해당 작가를 전공한 박사과정 이상 전문가집단에게 주어졌다.
문학의 범주도 개화기의 유행가부터 동요 동화 수필 실록수기 역사 담론 정치평론 등 장르를 망라, 개별 작가(혹은 사상가)에 대한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해서, 신채호 편에는 그의 수필과 소설 시 한시 외에 혁명선언 등도 수록됐다. 특히 책마다 고유번호(신채호 편은 ‘1-①’)를 부여해 한 권으로 묶이지 못했거나 뒤늦게 발굴되는 글은 1-②, 1-③ 등의 번호를 붙여 작가별로 전집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다룰 작가가 1980년대 작가군 까지 줄 잡아 수백 명. 따라서 몇 명이 다뤄지고 언제까지 몇 권이 출간될지 기획자도 출판사도 모른다.
다만 이미 평가가 이뤄진 1980년대 등단 작가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근대 인물, 특히 3ㆍ1운동에서 중일전쟁에 이르는 19~37년 기간의 작가는 빠짐없이 기획에 포함시킨다는 원칙만 두고 있다. 범우사 장현규 편집국장은 “책임편집이 계약돼 출판작업에 들어간 책만도 110여권으로 연내에만 50권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엄격한 원칙과 꼼꼼한 절차를 거쳐 출간된 1차본에는 다수의 발굴작품도 포함됐다. 근대 자연주의 소설이 1920년대가 아니라 1910년대 백대진의 작품에서 비롯된다는 주장과 함께 그의 작품 ‘절교의 서한’ ‘양인의 기도’ 등이 발굴 수록됐고(제5권 ‘양건식ㆍ현상윤 외 편), 조명희의‘봄나라’ ‘양춘의 감회-고향의 봄’ 등 4편의 단편소설도 처음 발굴돼책에 실렸다(제8권 조명희편).
임헌영씨는 ‘문학은 한 시대의 국민정서를 담는 그릇’이라고 보고, 이 같은 광의의 문학 시리즈를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구나 여운형 등 사상가 혹은 혁명가로 분류돼 온 근현대 지성들의 문자적 업적도 이번 기획에 포함시켰다.
그는 “20세기가 낳은 우리 문학의 성취는 그 이전에도 예가 없었고, 대중매체의 오락적 유혹 등을 감안할 때, 향후로도 한참 동안 기대하기 힘든 빛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시도가 문학을 포함한 근래의 말초적인 문화 행태 전반에 경종을 울려 주리라 믿습니다.”
/최윤필기자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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