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꿈을 안고 민통선을 맘껏 달려보세요."분단 반세기동안 한반도의 허리를 묶어놓았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을 달리며 통일을 염원하는 제1회 DMZ(비무장지대) 평화마라톤 대회가 9월19일 강원 철원군 고석 관광단지에서 펼쳐진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이곳은 북한노동당사, 제2땅굴, 백마고지, 월정리역 등 분단의 상흔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는 비운의 땅. 전쟁의 상처가 너무 커서 였을까. 철원평야와 한탄강은 태초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한 채 50여년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은 남북의 속살을 조용히 보듬고 있다.
이 곳에 마침내 마라토너들의 발걸음이 분단의 긴 잠을 깨운다. 철의 삼각지(한국전쟁때 요충지였던 철원∼김화∼평강을 일컫는 말)를 무대로 초가을 황금 들녘으로 변한 철원평야와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치 않았던 민통선을 두발로 내딛고, 그 청정무구한 공기를 호흡하며 가슴으로 통일을 꿈꾸는 유일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무공해 청정코스, 보는 즐거움
이번 마라톤 대회는 민통선내 월정리역을 출발, 노동당사를 거쳐 철의 삼각 전적관에 이르는 하프코스(21.09㎞)와 철의 삼각지 전적관 주위를 일주하는 10㎞, 5㎞의 3개 코스로 나뉘어 치러진다. 풀코스(42.195㎞)는 내년 대회부터 열릴 예정.
4월 대한육상연맹으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은 하프코스의 특징은 업-다운이 거의 없어 기록단축을 노려볼 만 하다는 점. 10㎞지점에 600여m의 완만한 고갯길 등 전반 2개의 고개길에서 오버페이스만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기록을 깨는 기쁨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레이스 대부분이 탁 트인 철원평야에서 치러지고 노동당사와 학저수지, 금학산 등이 이정표처럼 눈에 띄어 시각적으로도 지루하지 않다. 10㎞와 비경쟁부문인 5㎞코스는 황금빛 들녘에 푹 빠져 질주할 수 있다.
육상연맹 유문종 시설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위가 온통 평야로 시야가 탁 트인데다 공기가 맑고 코스도 평탄해 마라톤 코스로는 더없이 이상적"이라며 "남북분단의 상징인 민통선을 경유한다는 상징성까지 있어 꼭 뛰어보고 싶은 코스"라고 말했다.
미리 알아두세요
이번 DMZ마라톤대회는 민통선내에서 출발하는 만큼 군부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하프코스(10㎞, 5㎞ 참가자 제외) 참가자들은 출발 1시간전인 오전 8시30분까지 집결지인 고석관광단지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이곳에서 주최측이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인 월정리역으로 향하게 된다.
교통통제시간도 알아둬야 한다. 출발시간 기준으로 하프코스는 2시간30분, 10㎞는 2시간, 5㎞는 1시간동안만 교통통제가 실시된다. 교통통제가 풀리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참가자들은 완주를 못했더라도 안전을 위해 레이스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주최측은 하프코스, 10㎞부문 1∼3위 입상자들에게는 트로피 및 상품을 수여하고 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록인증서(5㎞ 제외)와 완주메달, 물통, 오대햅쌀(1㎏) 등 기념품을 증정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대회조직위(02―338―6564)에 문의하거나 대회 홈페이지(www.peace-marathon.com)를 참고하면 된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 코스 주변 유적지
비무장 지대(DMZ)와 민통선을 가로지르는 'DMZ 평화마라톤' 코스에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유적지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하프코스의 출발지인 월정리역은 현재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전쟁 전에는 철원역과 가곡역을 연계하는 경원선의 중요한 역이었다. 남방 한계선 철책과 인접한 남한 최북단의 기차역사로 현재 철도 종단점을 알리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입간판과 객차의 잔해가 남아 있어 분단 상황을 실감케 한다. 역사 인근에는 한국전쟁 최고 격전지였던 '철의 삼각지' 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코스를 따라 남하하다 보면 서쪽으로 옛 철원읍이 보인다. 상업용 창고와 금융기관, 경찰서 부지 등 광복 이전 번성했던 철원읍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민통선 인근의 관전리에는 철원이 북한 치하였던 1946년 당시 주민들의 강제모금과 노동력 동원으로 지어진 3층 높이의 무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인 노동당사가 자리하고 있다.
마라톤 코스 동쪽으로 보이는 샘통 철새도래지도 장관이다. 내포리 일대 구릉지대에 형성된 철새 도래지는 사계절 샘이 솟아나는 연못인 샘통을 중심으로 한 반경 2㎞ 지역.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흑두루미, 재두루미, 왜가리, 백로 등이 깃들어 탐조 관광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마라톤 코스의 종착지인 고석정은 서기 610년 신라 진평왕 때 지어진 2층 누각이다. 철원팔경의 하나로 빼어난 한탄강의 기암괴석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고석정과 불과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직탕폭포는 폭 80m 높이 3m의 대형폭포로 풍부한 수량과 일(一)자형 기암이 어우러져 '한국의 나이아가라' 로 불리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 마라톤 준비 어떻게
마라톤은 자신과의 즐거운 싸움이 되어야 한다. '마라톤 개론'의 첫 장에 나오는 좌우명이다.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마라톤이 고행 길이 되거나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대표적 청정지역에서 열리는 DMZ 평화마라톤까지는 앞으로 한달 정도. 평소 소파에서 뒹굴던 게으름뱅이라 하더라도 마음만 다부지게 먹는다면 5㎞ 코스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다.
먼저 건달(건강한 달리기) 주법부터 배워야 한다. 무작정 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주법이 잘못되면 몸도 마음도 힘들다. 중력의 저항을 고려해 상체를 수직으로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것이 요령이다. 눈은 20m 전방을 보면서 숨쉬기는 코로 한다. 손은 허리 높이를 유지하되 팔꿈치를 앞쪽보다는 뒤쪽으로 더 많이 흔드는 것이 좋다. 발은 뒤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해야 무릎의 하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빨리 멀리 뛰겠다는 욕심은 금물이다. 걷기와 조깅을 병행해 서서히 강도를 높여야 한다. 몸 상태를 체크하면서 운동시간을 5∼10분씩 차근차근 늘리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윗몸 일으키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도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
달릴 때 몸에서 일어나는 이상징후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거나 가족 중 돌연사 한 사람이 있다면 병원에서 적절한 운동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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