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의 국가원수인 한스 아담 2세(59) 대공(大公)이 15일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서는 그가 “과인은 언제든지 권력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해 조선조 태종이나 영조처럼 왕위를 넘겨주고도 당분간 권력을 완전히 놓지않을 것으로 보인다.한스 대공은 이날 국경일을 맞아 파두츠 왕궁에 3만3,000여 국민 모두를 초대해 연회를 갖고 알로이스(36) 왕자에게 왕권을 물려줬다. 지난해 3월국민투표로 의회 해산 및 법안 거부권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보한 한스대공은 “내가 할 일은 이미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알로이스 왕자는 왕가의 권력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부친의 마음을 샀다. 내성적인 알로이스는 현지 신문 ‘조국(祖國)’과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은 내가 부친의 판박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조부와 닮았다고 하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왕자만 25년간을 해 온 알로이스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한스 대공은 정례적으로 아들과 국정을 협의하는 것은 물론 아들은 자신의 대리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스 대공은 1985년 부왕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뒤 자신에게 도전한 대법원 판사를 해임하는등 다분히 독재자적 기질을 보여왔다.
재산이 56억 달러나 되는 그는 지난해 3월 개헌안이 부결될 위기에 처하자 “못해 먹겠다. 오스트리아로 이민 가겠다”며 국민을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유럽회의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비난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자리한 입헌군주국 리히텐슈타인은 경기 성남시만한 넓이(160㎢)에 1인당 국민소득 약 3만 달러의 부국이다. 1806년 붕괴한 신성로마제국의 마지막 유물로 1866년 독일연방에서 독립했다. 비무장 중립국이며 불법자금 도피처로도 유명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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