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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감세·정책무용론…어떤게 불황타개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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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확대·감세·정책무용론…어떤게 불황타개 해결책?

입력
200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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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호황과 불황, 확장과 수축의 경기사이클은필연적입니다. 때문에 사이클의 진폭을 줄이고, 불황기를 단축하려는 정부나 중앙은행의 경기조절정책도 불가피합니다.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단행, 통화정책을 부양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재정정책도 방식에 대한 선택만 남았을 뿐, 적극적인 경기진작으로 틀을잡았습니다.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는 세가지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먼저 소비와 기업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신 돈을 써야 한다는 재정지출 확대론입니다. 정부가 더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세금을 깎아야 한다는 감세론도 있습니다. 또 부양정책을 삼가고 정책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옳다는 반론도제기됩니다. 세가지 주장 모두 나름의 이론적 근거와 역사성이 있습니다.재정확대론은 케인즈주의에, 감세론은 공급경제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부양책 무용론은 합리적 기대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정부지출 확대-케인즈주의

케인즈는 거시경제학을 확립한 대경제학자입니다. 불황에 대한 그의 해법은 정부가 대규모 공사를 발주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고용된 노동자들이 월급으로 총 10억원을 받았다면, 이중 일부(예를 들어 2억원)는 저축하고 8억원은 소비할 겁니다. 8억원은 다시 다른 사람들 호주머니에 들어가 소비되고, 저축될 겁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매출이 늘고 수익성이 좋아지면, 고용이나 장비구입 등 투자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득 총합은 당초 정부지출의 몇 배가 되는 것이죠.

한마디로 민간수요가 저조하면 정부가 나서 수요(소비와 투자)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케인즈의 해법을 총수요관리정책이라고 합니다. 케인즈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초과공급, 즉 물건을 만들어도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에 구조적으로 직면합니다. 시장경제에는 이를 해결할수 있는 자동조절기능이 단기적으로는 없습니다. 그래서 불황이 반복되는것이고, 정부개입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민간부문이 위축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부는 자금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값이 떨어지고, 금리가상승합니다. 금리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게 되죠. 이런 현상을 구축효과라고 합니다. 민간부문을 몰아낸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해법은 금리도 낮은데 민간부문이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효과적입니다. 한편 이 해법은 후세대에게 경기부양의 책임을 넘기는 겁니다. 국채는 정부가 국민에게 진 빚이고, 결국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하기 때문이죠. 또 정부가 재정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지도 문제로지적됩니다.

감세론-공급경제학

케인즈의 해법은 1930년대 대공황 때 적중했고 이후에도 잘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세계경제는 오일쇼크로 인플레에다 경기침체, 즉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습니다. 생산성 둔화도 큰 문제였습니다. 정부가 돈을 푸는 케인즈 해법은 일시적으로 실업을 줄였지만, 곧 물가를 부추겼습니다. 이로 인해 총수요관리정책에 회의론이 대두한 거죠.

그래서 나온 게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공급경제학입니다. 불황이 유가상승 등 공급요인에 기인한 만큼 처방도 공급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투자의욕, 근로의욕 급감이 생산성, 공급능력 저하를 초래했다고봤습니다. 때문에 정부개입을 줄여 민간의 경제활동의욕을 회복시키자는 겁니다.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사회보장도 줄이고, 기업규제도 없애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공급능력이 증대되면 물가도 안정되고, 경기도 좋아질 거라는 겁니다. 특히 높은 세율은 경제활동의 인센티브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가장 큰 적으로 여겨졌습니다. 세금을 줄이면 근로의욕이 고취돼 노동공급이 늘어나고, 기업의 시설투자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상당히 친 기업적인처방이죠. 케인즈 경제학도 감세정책을 지지하지만, 파급경로가 다릅니다. 민간의 가처분소득(총소득-공과금)을 높여 소비를 증가시킨다는 겁니다. 반면 공급경제학은 소비효과는 별로 없다며, 공급능력 확대효과에 더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레이거노믹스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습니다. 인플레와 실업률은 어느 정도 잡았지만, 늘어난 일자리는 주로 저임 노동자였습니다.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죠. 당시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는 아직도 미국의 발목을잡고 있습니다. 한국 현실을 보더라도 현재 세금을 내지 않는 개인들이 전체의 40%에 달합니다. 혜택을 보게 되는 고소득층이 세금을 내린다고 소비를 늘릴 것이냐는 것도 의문입니다.

특히 세금은 한번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정책무용론-합리적 기대이론

70년대초 경제상황은 분명 기존 이론으로는 치유하기 쉽지 않았고, 그래서새로운 이론도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합리적 기대이론입니다. 케인즈 경제학 등 기존이론에서는 경제주체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또 과거경험치에 따라 근시안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에서는 경제주체들이 포괄적인 정보를 이용해 최선의 미래예측을 한다고 봤습니다. 정부의 경기대책도 경제주체들이 정책변화에 따른결과를 다 고려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적자재정을 편성할 경우 국채발행은 미래의 세금고지서임을 잘 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단기부양보다는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유지하는 게 상책이라는 겁니다. 최근 시카고대 출신의 조하현 연세대 교수가 “시장개입이 빈번하고 그 방향도 불분명한 정책적 불확실성부터 먼저 없애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는 “소비감소와 투자위축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려는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결정”이라며 “시장기능을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적자재정을 한들, 효과는 없고 재정건전성만 악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 기대이론에 입각한 정책무용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경제전문가들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말해 100% 완벽한 정책이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49% 역기능이 있어도 51% 순기능이 있으면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이란 선택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죠.

유병률기자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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