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풀하우스’에는 언제 어느 때 봐도 똑같이 반복되는패턴이 있다. 계약결혼 한 영재(비)와 지은(송혜교)은 늘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 한 판 크게 싸우고, 다시 화해하면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확인한다.그들은 감정을 숨긴 채 ‘조류’나 ‘왕싸가지’란 말로 ‘애정표현’을 대신하고, 지은이 민혁(김성수)과, 영재가 혜원(한은정)과 가까운 것을 질투하면서도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툭하면 밥이나 청소 문제를 핑계로 싸운다. 아마 드라마 끝까지 이들은 쉴 새 없이 다툼과 화해, 질투와 갈등의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다툼이 반복될수록 주인공들의 관계는 실타래 감듯 탄탄해진다. 처음 영재가 지은을 ‘조류’라고 부를 때 그것은 다분히 경멸을 담은 것이었지만, 애정어린 다툼 속에서 어느 새 애정을 담은 말이 된다. 처음엔 왜 톱스타영재가 지은을 좋아하게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들의 ‘귀여운’ 다툼을 보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문제는 그 다툼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드라마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재와 지은의 수다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그것만으로 드라마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스토리를 이어가려면 누군가가 사건을 만들어야 하고, 그 역할은 조연들의몫이다. 지은을 곤경에 빠뜨리는 건 뻔뻔한 그녀의 친구들이 맡고, 영재와지은의 사이가 좋아질 때마다 민혁과 혜원은 그들을 방해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점점 캐릭터에 살을 붙여가는 영재와 지은과 달리 늘 전형적이다. 민혁이 어떻게 몇 번 만난 지은을 사랑하게 되는지, 혜원은 왜 이제야 영재에게 사랑을 느끼는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들은 그저 해야 할 ‘일’만 하고 사라지고, 그때마다 드라마는 맥이 빠지며, 다시 영재와 지은의 수다가 드라마를 살린다.
영재와 지은, 민혁과 혜원은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영재와 지은의 계약결혼이 밝혀진 지금, 종이인형처럼 뻣뻣한 민혁과 혜원의 캐릭터로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물론 영재와 지은의 수다는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고, 남자주연 비도 점차자신의 놀라운 데뷔작 ‘상두야 학교가자’의 그늘을 벗어나 ‘영재’의 표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력이나 맛깔 난 대사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진지한’ 감정적 교류다.
꽤 재미있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씩 아쉬워지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다.
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lennonej@freecha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