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은 환상적이었다. 108년 만에 근대올림픽의 발상지에서 다시 열린 지구촌제전은, 인류는 무엇이며 문명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신들의 땅에서 열린 인간의 축제’는 그 기간이 17일에 불과하지만, 그리스는 개막식만으로도 잊지 못할 메시지와 감동을 세계에 선사했다.1996년의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이 할리우드식으로 연출된 흥겨운 쇼무대였다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의 호주 시드니 올림픽은 대자연과 생명을 강조한 행사였다. 미국과 호주가 남부와 북부, 원주민과 이주민의 화해를 통해 세계평화를 지향한 것과 달리, 그리스는 그런 원죄의식 없이 그리스문명이 인류역사의 모태라는 자부심 속에 신화의 세계가 인간의 세계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당당하게 펼쳐 보였다.
인류문명이 물에서 시작됐다는 인식 아래, 1988년에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한강에서 시작하면서 잠실스타디움의 영상시설을 통해 전세계에 알렸다.
이와 달리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자랑인 에게해를 바로 끌어들였고, 혜성같은 불덩이를 떨어뜨려 오륜기를 만들어냈다. 한 마디로 고대신화의 바탕에 첨단 과학기술이 더해진 행사였다. 두 가지를 어울리게 해준 것은 문화적 창의성이었다.
한국인들은 신화와 고전으로만 알았던 그리스를 다시 보게 됐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메달만이 아니다. 더욱이 2008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한국이 그랬듯 중국도 올림픽을 국가발전의 전기로 삼으려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도 그리스만한 문명의 전통이 있다. 우리는 이미 16년 전에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그 뒤 얼마나 달라졌는가. 문화의 힘과 빛, 전통과 뿌리의 중요성, 이를 새롭게 발전시키는 창의성 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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