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Si·스페인어로 예스라는 뜻)냐, 노(No)냐."베네수엘라가 15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신임을 묻는 소환투표에 들어갔다. 역사상 국민이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중간에 신임을 묻는 경우는 드문 일이어서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세계 제5위의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16일 공표될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소환투표의 후유증, 분열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극단적 정치대립
대통령 소환투표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치달은 이면에는 1980년대 후반 이후 표면화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와 다수 도시빈민의 정치세력화가 있다. 차베스 정권은 신자유주의 실패로 양산된 빈민층의 압도적 지지로 탄생, 이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냈고 이는 상류층과 중산층의 반발을 촉발시켰다. 차베스는 농지개혁 등 급진적 개혁정책을 추진했고 기존 정치 지도층을 부패세력으로 몰면서 코드 및 정실인사를 단행했다.
당연히 기득권층에게 차베스는 '타도 대상'이 됐다. 차베스를 권좌에서 48시간 격리시킨 2002년 4월 유혈충돌사태, 같은 해 12월부터 2개월 간에 걸친 총파업 그리고 지난해 2월부터 계속되는 외환통제 등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양극상을 잘 보여준다. 급기야 야권은 지난해 8월 24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차베스에 대한 소환투표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분열의 후유증
이날 투표에서 총 1,400여만 표 가운데 소환찬성을 뜻하는 '씨'표가 2000년 대선 당시 차베스의 득표수인 375만 표 이상이 나오고 '노' 표보다 많이 나오면 차베스는 중도 퇴진된다. 이 경우 차베스의 잔여임기를 채울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1개월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선거 종반전으로 치달을수록 차베스가 약간 유리하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는 했으나 야권은 투표전날까지 900만 명 이상이 '씨'표를 던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문제는 소환투표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정국불안이 가중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차베스는 소환 투표에서 패하면 다시 대선에 나설 것이고 승리하면 기존의 입장을 강화할 태세이다. 어느 쪽이든 대립과 갈등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전국의 투표소에는 이날 무장병력 수십만 명이 배치돼 유혈충돌의 가능성마저 상존해 있다.
국제유가와 미국
소환투표에는 단순한 내정혼란만이 아니라 석유와 미국이라는 복잡한 변수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하루 1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한다. 이는 미국 전체 석유소비량의 17% 이상이다. 하지만 차베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자격으로 감산을 주도하는 등 사실상 반미를 행동으로 보여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정권교체 등 차베스 압력카드를 다각적으로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베스는 12일 "미국이 야권을 조정해 개입한다면 석유 한 방울도 안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양국간 갈등과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은 미국 원유수출, 나아가 국제유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차베스는 일단 정상적 석유생산을 약속했으나 국영석유회사(PDVSA) 및 석유노조의 향후 움직임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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