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일수록 1등 브랜드가 더 잘 나간다.”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업종 1등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황기일수록 모험이나 리스크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시장에서 검증 받은 제품만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1등 브랜드가 아닌 업체들의 불황 견디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상용차 시장을 포함한 전차종의 현대차 시장 점유율은 최근 50%를 돌파했다. 지난해 47.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현대차는 올 들어 계속 시장 점유율을 늘려 2월 49.3%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51.4%로 올라섰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1~7월 자동차 내수 판매가 63만대로 지난해같은 기간에 비해 24.1%나 급감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10여년 동안 40%대에서 맴돌던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 경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불황기일수록 1등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맥주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그대로 확인된다. 맥주 시장은 전반적으로는 지난해에 비해 감소하고 있지만 1위 브랜드인 하이트맥주와 2위 OB맥주의 시장점유율 차이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말 56.8%에서 올해 2월에는 56.9%, 4월에는 57.7%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엔 59.4%까지 치솟았다.
반면 OB맥주는 지난해말 43.2%에서 지난달엔 40.6%까지 떨어졌다. 이러한추세라면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 60% 돌파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맥주 업계 판매량은 하이트와 OB가 함께 증가하고 함께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올 들어 하이트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OB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라면업계 부동의 1위 농심도 불황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점유율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65.2%였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02년엔 70.4%로 상승했고 지난해엔 다시 73.8%로 올라섰다. 올 들어서는 1ㆍ4분기 74.2%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제고에 힘입어 지난해 8월 15만원 대였던 주가는 최근 25만원 대를 넘나들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가격 대비 가치를 비교해 제품을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가 늘고 이러한 경향은 아무래도 1등 브랜드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연구원은 “불황기일수록 새로운 제품을 선택하는 모험적인 소비 성향 보다 이미 경험을 해 봐 믿을 수 있고 친숙한 제품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소비성향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신규브랜드 출시보다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수익성이 높은 알짜 브랜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