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만들 것을 제의한다"며 "반민족 친일행위만이 아니라 과거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진상규명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5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분열과 반목은 굴절된 역사에서 비롯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국론 분열을 낳는 과거사 캐기 보다는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며 비난하는 등 정치권에서 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둘러싼 새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간 진상조사가 이뤄질 때마다 국가기관의 은폐와 비협조가 논란이 됐지만 이번만은 그런 시비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고백해야 할 일이 있으면 (국가) 기관이 먼저 용기 있게 밝히고 새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일과 항일, 좌우 대립, 독재와 민주 세력간에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대결의 시대가 오랫동안 계속됐고 특히 독재정권이 정략적 목적으로 지역을 가르고 차별과 배제를 되풀이하면서 갈등과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며 "이제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끄러운 일은 독립투사와 그 후손들은 광복 후에도 가난과 소외에 시달리고 오히려 친일 했던 사람들은 사회지도층으로 행세했던 사실"이라고 강조한 뒤 "그러나 이제 와서 반민족 친일파를 처벌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박탈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을 위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음을 우리가 밝힌 만큼 이제 북한 당국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주권 시대가 열리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며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통합된 힘으로 우리 운명을 자주적으로 개척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화해와 용서로 가는 길은 크고 넓어야 한다"면서 "친일청산이 대통령의 통치기반 확충수단으로 진행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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