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그리스와 우리나라의 축구 경기를 보기 전까지 나는 그리스가 2004 유럽컵 우승국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 나라에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그러다 우리나라와의 경기 때 텔레비전 화면에 죽 소개되는 그리스 선수들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델라스, 자고라키스, 카라구니스, 니코폴리디스, 세이타리디스, 카리스테아스 등 열한 명의 스타팅 멤버중 열 명의 이름이 스, 스, 스였다.
그러자 갑자기 내 머리 속으로 와르르 쏟아지듯 생각나는 이름들이 있었다.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던 탈레스를 시작으로 아낙시메네스, 피타고라스, 크세노파네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엠페도클레스, 페리클레스 등, 오래 전에 배웠으나 그 동안 잊고 있던 꽤 많은 수의 스, 스, 스 형제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대지의 신’ 가이아의 땅에서 그들이 축구를 한다. 삼각패스는 피타고라스가, 헤딩은 헤라클레이토스가, 최종 수비는 안티스테네스가, 위협적인 태클은 페리클레스가, 그래서 부상은 유리피데스가 입고, 시민을 위한 중계방송은 호머가 마이크를 잡고 앉았을 것이다. 축구를 보는 내내 내 상상력은 엉뚱한 쪽으로만 뻗어 나가고 있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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