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국내 과거사 캐기에만 매달려 정말로 시급한 현안인 국민통합과 민생경제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혹평했다.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내 과거사특위 설치에 대해선 "국론분열 우려가 있고, 국정 우선순위에서 민생경제보다 밀리는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박근혜 대표는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경축사가 나온 것은 유감스럽다"며 "국민통합이 절실한 시점에 대통령이 국민통합과 민생경제 살리기에 좀 더 노력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경축사에 경제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한 마디도 거론되지 않은 점을 집중 질타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경제난에 치여 죽겠다는데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만 했다"며 "광복절을 맞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 침탈사에 강하게 어필해 국민의 자존심을 가려 주기를 기대했으나, 자국민들만 못살게 굴겠다는 건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영선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돌격대장이 돼 과거사를 소재로 한 정파간 투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거사를 핑계로 경제위기의 실상을 가리려는 술수"라고 공격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59년 전 온 민족이 하나된 광복절을 맞아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선사하고, 어두운 갈등의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비난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과거사특위 설치는 일단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진상규명 관련입법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태스크포스를 설치키로 하는 등 특위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진상을 명확히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며 야당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한나라당은 수용 또는 거부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국회에서 과거사 청산작업을 하겠다면 정쟁을 국회에서 일상화하겠다는 의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대변인은 "과거사를 규명한다는 기본 원칙엔 동의하지만 정략적 이용 가능성이 있어 특위구성 과정, 조사범위 등을 지켜 본 뒤 당 입장을 정리 할 것"이라며 "당내 반대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과거사 특위에 대해 "우리가 이미 제안한 '군사독재청산위'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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