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108년만에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테러 전쟁을 하고 있다.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효과극대화를 위해 경기장과 각국 선수단 등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첩보 등이 입수된 상태에서 13일 개막식이 열렸다.
자크 로게 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장은 완벽한 준비로 환상의 스포츠축제가 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테러올림픽’이란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과 인원을 동원하고 있다.
그리스, ‘테러위협 이상 무’
그리스 정부는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군과 경찰 4만1,000여명을 동원했으며, 시드니(2000)의 3배가 넘는 15억달러(1조7,400여억원)의 예산을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했다.
이미 아테네 주변과 축구경기가 열리는 테살로니카, 에게해의 스키로스섬방공기지에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차량에 숨겨져 있는 폭탄을 3분 내에 찾아낼 수 있는 모바일 X선 스캐너를 미국세관으로부터 임대해 선수촌 출입구에 설치해 두었다.
1,577대의 감시 카메라와 9대의 헬리콥터, 스위즈제 초대형 비행선을 1.2km 상공에 띄어 경기장 주변과 간선도로를 감시하고, 방사능탐지 장비로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물질 반입을 막는 등 C41(보안시스템)도 가동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도움으로 아테네 상공에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24시간 배치, 러시아와 프랑스의 방공시스템과 연계해 놓았다.
개막 열흘 전(3일)부터는 아테네 시내에서 27km 떨어진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에서 ‘분리 입국제’를 시행, 각국 선수단과 일반 관광객의 입국 심사를 별도로 하고 있다. 입국 과정에만 1,000여명의 경찰과 700여명의 경비요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선수단ㆍ응원단 테러대비 ‘만전’
우리 정부는 선수단 숙소 및 경기장, 한국문화행사 공연장 등에 국가정보원 문화관광부 경찰 등으로 구성된 안전지원팀을 그리스에 파견했다.
그리스 정부가 운영하는 올림픽 안전정보센터에 안전연락관도 파견, 그리스로부터 관련 정보를 접수하고 실시간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파병을 고려, 우리 선수단에 대한 안전위협 정도를 미국, 영국과 같은 최고등급으로 해줄 것을 약속 받았다.
올림픽 응원단에 대한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정홍보처가 조직한‘다이내믹 코리아 거리공연 홍보사절단’(25명)에는 사설경호원 4명이 추가됐으며 아테네 신타그마 지하철 내에 국가홍보관 오픈 계획을 취소했다. 예정돼 있던 대형 문화공연을 취소하고 공식일정(8공연)만 간단히 치루기로 했다.
60명의 원정단을 꾸린 ‘붉은 악마’도 외교통상부에 명단을 통보하고, 안전교육을 받았다. 원정준비팀 김용일(29)씨는 “휴대폰으로 24시간 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그리스는 처음 가기 때문에 안전문제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과 긴장의 아테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 올림픽촌 주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는 등 불안감은 여전하다. 4일 유도ㆍ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아노리오시아 올림픽 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운송회사에서 시한폭탄이 터졌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그리스 치안당국이 밝혔지만 극좌파 단체의 소행으로 의심돼 선수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5일에는 각국대표단 수뇌부와 귀빈들의 해상호텔용 여객선들이 정박할 그리스 아테네 인근 피라에우스 항구에서 1시간30여분 동안 기뢰 수색이 있었다. 이 항구에는 세계 최대의 호화여객선인 퀸메리2호 등 최소 8대의 호화여객선이 정박할 예정이어서 2일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있다.
4일에는 항구의 여객선을 촬영하던 멕시코TV 보도진이 해안경비대에 끌려가 감금,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아테네 치안당국은 신경이 극도로 곤두서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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