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수를 처음 발견해 ‘물 박사’로 유명해진 전무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명예교수가 13일 오전 3시 1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전 박사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동국대 교수를 거쳐 71년 KAIST로 부임했다. 그는 화학과를 설립해 교수로 일하면서 2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50여 명의 박사를 배출하는 등 한국 이론화학 분야의 기초를 다졌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물 연구에 관심이 많던 고인은 64년 물 분자들의 단체행동을 통계역학적으로 밝힌 데 이어 77년 물이 오각형이나 육각형 모양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육각수 이론’을 발표했다. 이후 80년대 중반에는 건강한 사람의 몸 속에 있는 물은 거의 육각수이며 노화도 결국 육각수가 몸에서 빠져나간 결과이므로 육각고리가 살아있는 찬물을 마시는 것이 몸에 좋다는 ‘분자론적 물환경학설’을 제창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고인은 97년 KAIST에서 정년 퇴직하고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아시아 과학한림원 연합회 회장, 한국 노벨 과학상 수상지원본부 대표 등을 지냈다. 생전에 후학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계속 하고 있으면 나이가 100살이라도 퇴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가르쳐온 고인은 “부나 명예보다는 연구 자체에 대한 재미를 찾으라”고 강조해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배숙원씨와 영민(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영호(㈜인실리코텍 책임연구원), 영인씨 등 3형제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10시. (02)3410-6927.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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