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찌찌가 싫어이소 미유키 글ㆍ그림, 김난주 옮김
아이세움 발행/9,000원
엄마 찌찌를 갓난아기 동생에게 뺏긴 꼬마의 마음이 꼭 이럴 것 같다. 일본 작가 이소 미유키의 사랑스런 그림책 ‘엄마 찌찌가 싫어’를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
열 장 남짓한 작고 얇은 이 책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 꼬마는 잔뜩 화가 난표정이다.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팔짱을 낀 채 노려보며 말한다. “난 엄마 찌찌가 싫어” 라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엄마 찌찌는 갓난아기나 먹는 거야, 엄마 찌찌를 조물락거리면서 자는 것도 갓난아기나 하는 짓이야, 엄마 찌찌에 꾹 눌리면 숨이 막혀…. 엄마 찌찌가 미우니까 암소 찌찌도 밉고, 젖먹는 새끼 고양이도 밉다. “축 늘어진 암소 찌찌는 배인지 찌찌인지 알 수 없어서 싫어.” “야, 야옹이 그만먹어. 엄마 찌찌너무 먹었어.”
아무리 그래도 아이는 엄마 찌찌가 그립다. 삐쳐서 한눈 팔고 걷다가 가구에 꽝 부닥치고도 “형아는 이런 혹 하나 났다고 울지 않아” 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하지만 엄마가 꼭 안아주자 ‘와왕’ 하고 울고 만다. “참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난 엄마 찌찌가 싫어.”
색연필로 검게 윤곽을 그리고 색칠한 그림이 예쁘고 익살맞다. 아이가 서툰 솜씨로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만화 같기도 한 이 그림들은 아이의불만을 잘 보여준다.
이마에 혹이 나서 아프다고 엄마에게 응석 부리고 싶어진 아이가 엄마가 동생을 재우는 방문을 살살 열고 들여다보는 뒷모습이나, 울음을 터뜨린 게 자존심 상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웃음을 자아낸다. 서너 살 배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아이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할 것 같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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