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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위기 안겨준 지방대 살리기

입력
200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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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발족 이후 ‘지방대 살리기’ 정책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기대가 컸다. 어느 대학은 학생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해 학교 경영을 걱정하면서, 또 어느 대학은 수도권 위주로 고착화된 대학 서열 구조가정부 정책으로 혹시나 깨질 수 있을까 하는 안쓰러운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그러던 차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풀어놓은 보따리가 바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사업(NURIㆍ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이다.

누리 사업은 자립형 지방화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대학이지역 내 각 부문 간 네트워크 형성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지역 혁신 체계 구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누리 사업에는 ‘지역 간에는 균형발전’, ‘지역 내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사업의 1년 예산 규모가 2,200억 원이라는 것은 너무 빈약해 보인다. 게다가 기존의 여타 사업비를제외하면 신규로 추가되는 사업비 규모는 몇 백억 원에 불과하다.

후발주자로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 1개 성(省)에서 대학 현대화를위한 예산으로 2,000억~3,0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과연이런 식으로 우리 고등교육이 국제경쟁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코끼리한테 수박 한 덩이’격에 불과한 사업비 때문에 지역대학들 간에과열경쟁이 유발됐고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한 편이다. 지역별로 역량 있고지역발전을 선도해 온 ‘지방 거점 대학’들은 과거 수도권 위주로 대학이서열화되는 과정에서 보아 온 피해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충북대와 특수한 여건에 있는 울산대, 제주대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령하는 사업비가 연간 50억 원을 넘는 거점 대학이 거의없다. 예년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방 거점 대학들은 50억 원 가까이 교육부사업비를 수령해 왔기 때문에 누리 사업을 통해 새롭게 얻는 혜택은 거의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누리 사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이 증폭되어장기적인 발전잠재력이 축소된 측면도 있다.

또 초기에는 사업설명회 등에서 지방정부 내지 지역의 검토의견 비중을 8%로 한다고 밝혔다가 사업단 선정 과정 막판에 20%로 상향조정했는데 그 결과 표를 의식한 지방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여 ‘지역 내 선택과 집중’보다는 ‘대학 간 나눠먹기’가 되고 말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지역혁신협의회 구성이나 평가 과정 등에서도 지방정부의 의사가 과도하게 작용하여 지방정부와 지역 대학 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구조가 생겨났다. 심하게 표현하면 모든 대학이 시장과 도지사의 영향력 속에 파묻혀 지역 혁신에서 지역 대학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과는 반대로 지방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던 누리 사업이 지방대학에 새로운위기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리 사업 예산을 대폭 늘리고 지방정부의 불공정한 개입을 줄이는 차원에서 내년 누리 사업부터라도 대학별 사업단 수를 제한하지 말고 지역의 검토의견 비중을낮춰야 한다.

신희권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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